특소세 인하 첫날 매장 다시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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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가 20일부터 내림에 따라 관련업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백화점.대리점 등은 제품값이 얼마나 내렸는지를 묻는 소비자들의 전화로 쉴 틈이 없었다.

특히 지난주 특소세 인하방침이 보도된 후 소비자들이 값이 내리길 기다리면서 구매를 미루는 바람에 혹심한 판매부진을 겪었던 자동차.가전업계는 새 가격표를 서둘러 매장에 비치하는 등 부산했다.

LG전자의 김영수 부사장은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특소세 인하를 계기로 연말.연시부터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북적대는 자동차 영업소=일선 영업소들은 새 가격표를 내걸고 19일 이전에 출하된 종전 가격 제품의 재고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지난 15,16일 계약된 건수가 평소보다 50% 가까이 줄고 차량인도를 미뤄 달라는 요구도 많았지만 이제 차를 사겠다는 고객전화가 영업소마다 쇄도했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의 한 영업소장은 "가격인하 내역을 묻는 전화가 빗발쳐 영업사원들이 외근을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가격 외에 취득.등록세와 일부 옵션품목의 값도 내렸다.수입차 가운데 가장 비싼 독일제 벤츠CL600은 2억6천50만원으로 무려 9백50만원이 내렸다.

◇ 가전업계 특소세 파동 진정 기대=가전업계는 특소세 인하 대상인 에어컨과 프로젝션 TV.벽걸이 TV(PDP) 말고 다른 제품까지 구매심리가 얼어붙었던 것이 다소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많은 고객이 일반 TV와 냉장고.개인용 컴퓨터(PC) 등 다른 전자제품의 값까지 내리는 줄 알고 구매를 꺼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음달 예약판매에 들어가는 에어컨의 경우 예전보다 구매가 크게 늘어 내년도 매출액이 20% 이상 늘 것"이라고 말했다.

◇ 구매로 이어지려면 시간 필요=20일 0시 출고분부터 특소세를 인하했지만 일부 대리점들은 내린 값을 적용한 공장 출하 제품을 확보하지 못해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에어컨의 경우 다음달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하기 때문에, 승용차 역시 다음달부터 2002년 연식의 신모델이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다. 13평형 에어컨을 마련하려는 박정모(34.회사원)씨는 "예약판매 때 더 싸게 살 수 있을지 몰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아파트단지에 있는 삼성 가전대리점장은 "수백만원대 프로젝션 TV의 가격인하폭이 5%대라는 설명을 듣고 전화를 끊는 고객도 많았다"고 말했다.

보석.모피.수입 고가품 등은 특소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값을 내리는 곳이 거의 없어 관련 매장분위기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홍승일.양선희.김준현.이승녕 기자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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