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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돈 벌고 싶으세요?

중앙일보

입력

1996년 2월 세계적 음반회사인 일본의 소니뮤직은 일을 하나 꾸미고 있었다.

소니뮤직 코리아를 통해 일본에 진출시킬 한국 가수 물색에 나섰던 것이다. 일반적인 접근법이라면 끼 있고 통통 튀는 젊은 층에서 대상을 찾았을 것이다.비디오시대인 만큼 외모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게다.

*** 이박사 뽕짝 왜 재미봤나

그러나 소니뮤직은 역(逆)의 발상을 시도했다. 나이와 외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독특한 색깔로, 노래를 신나고 즐겁게 불러젖힐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잣대였다. 그래서 찾아낸 인물이 테크노 뽕짝의 주인공 이박사(본명 이용석)였다. 결과는 다 알려진 대로다.

뽕짝 하면 한물간 세대들이 흥얼거리는 한물간 노래 쯤으로 통하지만 그가 부르면 완전히 다르다.랩에 빠져 있는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 녀석도 이박사 뽕짝을 너무 좋아한다. 확실하게 촌스러운 개성을 상품으로 만든 음반사의 눈이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든 것이다.물론 그로 인해 소니뮤직도 큰 재미를 봤다.

발상의 전환이란 말은 이젠 발에 차일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성공하고 싶거나 큰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렇다. 거꾸로 생각하고 뒤집어 보는 눈이 '사건'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 기업들에 질 좋은 서비스는 기본으로 돼 있다. '고객이 왕'이란 소리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같이 들린다.그러나 여기서도 '거꾸로'는 통한다.서비스를 팽개치는 전략이다. 미국 댈러스에 사우스웨스트라는 항공사가 있다.

미국 내에서 단거리를 뛰는 항공사이기에 다른 나라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짭짤한 수익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회사다. 경영전문잡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순위에서 이 항공사는 빠지지 않는다.지난해는 6위, 올해는 4위에 올랐다.

식사시간을 끼고 타도 이 회사 비행기 안에서는 기내식을 기대하면 안된다. 전화예약도 받지 않는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버스에 올라타듯 비행기에 오른다. 1등석도 없다. 먼저 타는 사람이 임자다. 물론 이게 전부라면 벌써 망했을 것이다.

이 항공사의 무기는 왕창 싼 항공료다. 돈 드는 서비스를 않는 대신 요금을 낮춰 성공한 것이다.9.11 테러사태 이후 미 항공업계 전체가 죽을 맛이지만 이 항공사는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고 한다. 비용지출에 워낙 인색한 회사구조가 불황기를 견디는 큰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고학자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던 유적발굴을 새로운 비즈니스로 보게 된 것도 생각을 바꾼 결과다. 일본의 미쓰이(三井)건설은 최근 사내에 발굴조사팀이란 조직을 신설했다. 지방정부가 예산을 들여 실시하는 유적조사 및 발굴사업을 따오는 것이 임무다.

경기악화로 일감이 줄어들자 이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해답이 찾아지지 않는다. 뭐가 얼마나 진귀한 유적인지 알아보는 전문가는 고용하면 되는 것이다.

보신탕 집은 지저분해도 용서되는 곳 중 하나다. 어쩌면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식일지도 모른다. 전통가옥에 제대로 씻지도 않은 손으로 고기를 접시에 담아야 제 맛이 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우아한 레스토랑 같은 데서 보신탕을 팔면 어떻게 될까.

최근 서울 강남에 그런 집이 생겨났는데, 연인끼리 가족끼리 오는 손님들로 자리가 비좁다고 한다.

*** 레스토랑서 먹는 보신탕

어차피 수요가 있는 현실에서 기존 식당의 비위생과 불친절을 훌쩍 뛰어넘었으니 손님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김치와 햄버거는 상극(相剋)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둘을 버무린 메뉴가 나왔다. 바로 그 김치버거의 인기가 요즘 '짱'이란다. 옷이란 해지면 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 옷을 일부러 찢어서 판다□ 미친 짓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에도 이런 청바지를 입은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상복 국제경제팀장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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