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음악동호회 장쩌민, 해체 지시… 은퇴 수순 밟기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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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12월 22일 밤, 베이징(北京) 최대 실내 공연장인 국가대극원에서 ‘산가오(三高)악단’의 ‘음악사랑동호회’(愛樂之友) 송년음악회가 열렸다.

산가오란 고위 관리와 고위 군장성, 고위 지식인을 의미한다. 동호회 좌장인 장쩌민(江澤民·87) 전 국가주석과 리란칭(李嵐淸·81) 전 부총리가 맨 앞줄에 앉았다. 악단 멤버도 화려했다. 한정(韓正) 상하이(上海) 당서기와 바터얼(巴特爾)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서기는 각각 아코디언을, 왕룽(王榮) 선전(深?)시 서기는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양제츠(楊潔<7BEA>) 외교부장은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이날 송년음악회가 끝나자 리 전 부총리는 갑자기 동호회와 악단의 해체를 선언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산가오 인사 중 상당수가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은 장 전 주석의 지시에 따른 조치로 분석했다.

 이 같은 소식은 당시 음악회에 참석했던 링펑(凌峰) 베이징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최근 알려졌다. 악단 창단은 리 전 부총리가 지난해 3월 주도했다. 성악에 정통한 장 전 주석을 위한 것이었다. 회원 숫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주자는 97명, 합창단원은 141명이다.

  악단의 해체는 장 전 주석의 은퇴 수순으로 보인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총서기와 당중앙군사위 주석을 동시에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에게 넘긴 깔끔한 권력이양이 장 전 주석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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