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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돌본(?) 3대 독자 건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날은 현충일로 연휴를 고향에서 보내고 전주시로 들어오던 학생과 공무원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날 진안장을 보고 돌아오던 장꾼들로 초만원을 이룬데다 과속으로 달리다가「커브」지점에 이르러 「브레이크」고장을 일으켜 그대로 곤두박질, 차체는 산산조각이나고 뻐대만 언덕 밑에 나동그라졌다.『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났다. 갑자기 자동차가 구르기 시작하자 정신을 잃었고 한참만에 깨어나보니 주위는 피투성이와 아비규환의 수라장이었다』 고 이날 약간의 찰과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모녀가 생명을 건진 전병우 무주 군수의 부인 박병숙 (32) 씨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살아난 삼대 독자 찬 (2) 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또 한번 소스라쳤다.
곰티재 맨 마루에서 전주 쪽으로 둘째 번 「커브」가 거의 90도 각도 꾸부러져 어느 차나 이 지점을 지나치려면 뒤로 한번 물러섰다가 다시 방향을 잡는 곳이다.
가설천막을 쳐놓고 시체를 수용하고 있는 곰티재 마루 턱에는 아들딸의 이름을 부르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몸부림치는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골짜기에 메아리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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