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척결 vs 정치 검찰 … 결국 개혁 칼 맞는 중수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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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검 중수부 폐지와 대안 등을 담은 검찰 개혁안이 2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박근혜 당선인에게 보고됐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이 곧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검찰과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인수위에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중수부 기능의 일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대검 산하에 특별수사지휘·감독 부서를 두거나 별도의 특별수사검찰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들 부서나 기구가 ▶국기문란 사건 ▶대형 경제비리 사건 ▶국민적 관심이 현저한 사건 등 3가지 유형의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대선 공약대로 상설특검을 신설해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등의 비리 수사를 맡긴다 해도 3가지 유형의 사건은 수사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공백을 메울 수사부서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런 방안은 중수부가 지난 50여 년간 해온 ‘부정 부패와 거악 척결’의 순기능은 존속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1961년 대검 중앙수사국으로 출범한 중수부는 81년 대검 중수부로 이름을 바꿨다. 이른바 ‘게이트’급 대형 사건 수사를 도맡아 해왔다. 중수부가 담당한 사건들도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변화했다.

 1960~80년대엔 명성그룹 사건 등 권력형 비리, 90년대엔 김현철 비리 사건 등 정·관계 비리, 2000년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 재계의 구조적 비리 수사가 주를 이뤘다. 2011~12년에는 수만 명의 서민에게 10조원대 피해를 준 부산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기소권과 수사권이라는 양날의 칼을 다 쥔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으로 인식되면서 정치권의 개혁 대상 1순위에 올랐다. 특히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비리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중수부 조사 이후 목숨을 끊자 중수부에 대한 비판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사건에 대해 특검이 꾸려지는 일이 잦아지자 중수부의 수사능력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다 보니 정치적 수사와 기소가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상징성이 떨어진 중수부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수부 폐지가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여전히 있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검찰총장을 선임하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영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 대검의 직접 수사를 금지한 입법례는 없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박민식(부산 북-강서갑) 의원은 “최근 저축은행 사건 피해자들이 중수부 폐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중수부 폐지를 원하는 건 서민들이 아니라 중수부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부패한 고위 공직자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도입은 입법 사안이라서 중수부 폐지만 먼저 할 경우 부패사건 수사에 큰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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