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 어느새 30살…그동안 국민 1인당 120봉지 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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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12월 첫선을 보인 ㈜농심의 '새우깡'이 올해로 서른살이 됐다. 과자류의 평균 수명이 6개월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새우깡은 당시 인기를 누리던 뻥튀기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며 "한국에서 스낵류는 첫 제품이었기 때문에 새우깡 출시는 일종의 모험이었다"고 회고했다.

개발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온도가 맞지 않아 밀가루 반죽을 태우기 일쑤였다. 먹기 좋은 강도를 맞추기 위해 강도 실험만 수백번을 치러야 했다. 개발에만 4.5t트럭 80대분의 밀가루가 투입됐다.

새우깡 이름에 얽힌 일화 한 토막.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을 설립한 신춘호 회장은 제품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때, 당시 네살이었던 신 회장의 막내 딸 신윤경(태평양 서경배 사장의 부인)씨가 어눌한 발음으로 민요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 아라리요'라고 부른 것이 이름을 짓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신 회장은 아리깡에다 당시만 해도 일상적 음식이었던 '깡보리밥'을 연결시켜 새우깡을 탄생시킨 것.

이렇게 탄생한 새우깡은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첫 해 생산량은 20만6천박스에 불과했으나 이듬해에는 20배 증가한 4백25만박스로 늘어났다.

당시 경영위기를 겪던 롯데공업으로선 가뭄의 단비였다. 65년 설립된 롯데공업은 롯데라면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라면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삼양라면에 도전장도 내밀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새우깡이 나오자 71년 41억원에 불과했던 롯데공업의 매출은 이듬해 86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새우깡의 인기를 몰아 롯데공업은 양파깡.감자깡 등 일명 '깡 시리즈'를 내놓으며 스낵시장을 석권했다. 이후 롯데공업은 78년 농심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농심라면.사발면.신라면 등을 출시하면서 라면시장에서도 업계 1위를 차지했다.

30년 동안 가격도 많이 올랐다.71년 출시 당시 1백g 한 봉지에 50원이었는데 지금은 90g으로 양이 줄었는데도 가격은 5백원으로 올랐다.

농심은 새우깡 출시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스포츠카.노트북을 증정하는 경품행사와 1천5백만원의 상금을 걸고 '새우깡 이야기 공모전'을 연다.

김준현 기자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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