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비중 늘린 게 적중, 지난해 11.8% 수익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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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종석 KIC 사장은 “투자자산을 다각화한 덕에 지난해 11.8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2008년 메릴린치 투자 손실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KIC]

아부다비투자청, 싱가포르투자청…. 글로벌 ‘큰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다. 손꼽히는 국부 펀드인 이들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세계 자산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한국에도 이런 기관이 있다. 한국투자공사(KIC)다. 2006년 첫 투자를 시작해 이제 일곱 살. 30년 넘은 테마섹(싱가포르 국부펀드)에 비하면 아직 어린이지만 그래도 훌쩍 컸다. 10억 달러(약 1조원)로 시작한 자산이 어느덧 566억 달러(약 60조원)로 불었다. 곡절도 많았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평가손을 입기도 했다. 지금은 다르다. 연 12% 수익률을 올리는 기관으로 변신했다. 21일 서울 퇴계로 사무실에서 만난 최종석(62) KIC 사장은 “투자자산과 전략을 다각화한 덕”이라며 “꾸준히 성과를 내 3년 뒤에는 자산 1000억 달러의 펀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경제가 좋지 않았는데 지난해 운용성적은 괜찮다.

 “세계 주식·채권에 투자해 11.83%의 수익을 거뒀다. 미국 시장이 하반기쯤 회복될 것으로 봤다. 이에 미국 투자 비중을 늘렸는데 잘 들어맞았다.”

 - 지난해 채권이 대세였는데.

 “우리도 하반기 이후 회사채 투자를 늘렸고 결과가 좋았다. 채권투자 수익률이 7.7%나 됐다. 운용목표보다 1.2%포인트 더 높았다. 신흥시장 투자를 늘린 것 역시 잘 들어맞았다. 독자적 리서치 역량을 강화했고 그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했다. 신흥시장 투자는 계속 늘릴 계획이다.”

 -메릴린치 투자 손실은 얼마나 회복됐나.(※KIC는 2008년 메릴린치 주식에 20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바로 금융위기가 닥쳐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됐다. KIC는 29달러에 BoA주식을 받았다. 주가가 6달러까지 하락했고 KIC는 한때 13억 달러에 이르는 평가손을 입었다.)

 “지난해 BoA 주가가 6달러에서 12달러로, 연간 109% 올랐다. BoA는 미국 최대 소매금융회사다. 미국 경기가 나아지면 함께 회복된다. 올해는 주당 15달러까지 오른다는 분석 자료도 나온다. 아직은 평가손을 입고 있지만 갈수록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 BoA 주식은 계속 들고 가나.

 “전략적 투자였으므로 길게 봐야 한다. 국내에서도 테마섹은 하나은행에 6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8년을 투자했다. KIC는 본래 장기투자 기관이다. 전망이 가능하고 그것이 밝다면 예의 주시하면서 당분간 보유하는 게 맞다.”

 - 매년 국정감사에선 여전히 이 얘기만 나온다.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 KIC는 달라졌다. 하지만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우리는 국가 자산을 운용해 미래 세대를 위해 부를 창출하는 기관이다. 신뢰와 믿음이 필요하다. 성과도 좋아지고 있으니 인식도 서서히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 큰손이니 밖에선 대접받겠다.

 “짧은 역사에 비해 해외에서의 KIC에 대한 인지도나 평가는 좋다. 지난해 해외 기관에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투자를 유치하고 싶은 국부펀드’를 조사했는데 8위로 꼽혔다. 또 최근 세계 61개 국부펀드 투명성 조사에서 10위로 평가받기도 했다.”

 - 세계 유명 국부펀드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덩치도 키우고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 KIC순자산이 566억 달러다. 노르웨이 국부펀드(6643억 달러), 아부다비투자청(6270억 달러)에 비하면 아주 작다. 2015년까지 1000억 달러 돌파가 목표다.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한국 경제 규모에도 걸맞고, 다양한 자산군에 나눠 투자해 효율적인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 또 일정 규모 이상 돼야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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