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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오이타나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현재 우리사회에 야당부재상황이 형성·노출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그러나 야당활동이 부진하고 있는 것만은 가릴수 없는 사실이다.
야당은 여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으로부터 불신을사고 버림을 받고 있다.
야당진영의 단일대통령후보 옹립문제는 법적 정치적제약을 받아 그 실현의 가눙성이 희박한데다가, 야당으로 자처하는 정당들끼리 서로 헐고 뜯으니, 야당은 정권교체의 야당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정권의 「톱·리더」가 아니라 국회의석이나 차지하면 된다는 정권투쟁상 변질타락한 사고방식은 야당이란 직업적인 국회의원지망자의 집결체에 지나지않는다는 인상을 짙게 하였다.
이리하여 야당정치인을 고매한 지사로 관념하고 대접하던 지난날의 정치적기풍은 일소되고 말았다.
지금의 야당부재나 야당부진은 대체 어디서 유래하는것인가.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나는 이소론에서 그중요원인의 하나로서 현존야당 「톱· 클라스·리더」들의 연륜·의노후를지적하고싶다.
그들은 십중팔구 70대를 바라보면서 노구를 이끌고 정권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기인즉 장하다 하겠으되, 집권당의 「톱·클라스·리더」가 40대임을 직시할적에 나는 양자간에 너무도 심한 「언밸런스」를 느낀다.
연륜이 권력투쟁에 있어서 결정적 작용을 일으키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명공산으로 보아 분명히 40대는 70대보다 더 오래살 가능성이 크므로 성장주는 40대에게 확실히 더 많은 것이다.
지난날 이정권말기 우리나라야당은 가혹한 탄압을 받아가면서도 기실 전성기에 달했던 시대가 있었다.
여기에도 여러가지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 내가 각별히 지적하곳싶은것은 당시 이대통령은 80을 넘었던데대해 민주당의 장박사와 조박사는60전후 생명공산으로 보아 성장주는 분명히 야당측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본다면 현재의야당부진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한가지 중요한 수단으로서 「톱·클라스·리더」의 대담한 세대교체가 있어야한다.
영국보수당은 2차대전후 장기집권을 하는동안 60년까지 2차대전당시의 지도세대를 계속 권좌에 앉혔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자각이 생겨 64년총선을 1년앞두고 허둥지둥 지도세대를 갱신하였으나 이미 때를 놓쳐 오늘과같은 비운에 처하게됐다.
이런 외국실례를 들필요도없이 야당이 집권당과 맞서 당당한 직공으로 정권투쟁을 전개하기위해서는「탑·클라스·리더」가 연륜에 있어서 집권당의 그것과 맞먹거나 혹은 좀더 젊어야한다.
이런의미에서 나는 현재의 연로한 야당지도자들이 정말로 야당부재나 부진상황을 극복하고 양당제도를 확립하여 대의정치의 공고한 기튤을 마련해주고 싶거든 정계일선에서 스스로 용퇴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새인생행로에있어서 선택의 자유의 폭이 줄어든다.
이까닭으로 소위 「노욕」이라는것이 생기는 것이다.
정치인의 최선의 목표는 십중팔, 구 죽기전에 정권의 왕좌를 차지해보려는것이기 때문에 이런 노욕은 정치인으로 하여금 유아독존의 편집광적인 사고방식을 갖게한다.
그러나 이런 노욕으로 인해서사회진보가 정체하고 야당이 버림받는것을 생각하면 노정객들은 심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진정한의미에서 애국심을 발휘하여 자진용퇴의 단을 내려야할 객관적인 필요가 매우절실하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가운데는 죽음을 수년내지10여년앞에 바라보면서도 끝까지 공직을 차지해야만 국가나 민족에 대해서 공헌을 하고있는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않다.
나는 이런 분들에 대해서 인생도 4·4반기에들어서면 사회활동을 그만두고 조용히 지난날을 회고하고 인생과 신을 관조하며 사는것이야말로 국가·민족에 대한 최대의 공헌이 된다는것을 말하고 싶다.
얼마전 창경원의 호랑이가 노후하였기때문에 인간들이 죽음의고통을 덜어주기의해 「오이타나지」(Euthansie=안락사)를 시켰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그의 죽음울 애석하게 생각하면서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일개 동물도 때를 맞춰 차취를 감추면 인간사회의 동정과예찬을 받는다.
하물며 인간이-특히 대중을 지도해온 정치인이때를 맞추어서 그 활동무대에서 사라진다고 하면 그는 오죽이나환영을 받겠는가.
정치인의 안락사-그것은 때를 잘 택해서 정계에서 깨끗이 물러나고 여생을 유유자적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안락사를 택하는 정객이 많이 생겨날수록 우리사회는 개혁의 활기가 늘고 모든면에서 수구·침체가 극복되리라고 확신한다.<필자·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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