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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TV속 동요 '볼륨을 높여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오후 KBS 본관 제1스튜디오에서 열린 '열려라 동요세상'의 녹화현장. 어린이 동요 프로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아이들의 열띤 노래 자랑 가운데 아버지들이 등장, 응원가를 부르는가 하면 아예 아이와 함께 듀엣으로 출전한 아버지도 있었다.

또 '리믹스 팡팡 동요'라는 코너에선 아이들이 나와 동요를 랩으로 선보였다. 가수 김현정이 깜짝 출연해 동요를 부르는 등 제작진의 표현대로 '버라이어티 쇼'라 할 만했다.

이런 획기적인 변화는 이 프로가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이다.

'…동요세상'은 국내 유일의 TV 동요 프로그램이다.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타 방송사들이 동요 프로들을 다 없애버리는 바람에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나마 '…동요세상' 마저도 올해 초 매주 방송이 격주 방송으로 밀린 데 이어 개편 때마다 없어진다고 말들이 많다. 제작진은 이 프로만큼은 유지되어야 한다며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을 백방으로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동요는 아이들의 정서를 대변해 준다. 그리고 아이들의 정서는 한 나라의 문화적 정서의 기반이 된다. 서구에선 동시집 '마더 구즈'에 가락을 붙인 노래를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그 동요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시킨다.

그만큼 동요가 단순한 노래의 차원을 넘어 한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우리 초등학교에서도 인성지도와 문화 교육 차원에서 동요 부르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부모들 사이에선 우리 구전(口傳) 동요 열풍이 불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 영향력이 가장 큰 방송 매체가 시청률에 급급한 나머지 동요 프로를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이들의 TV 시청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TV에서 아이들의 노래를 듣기 힘들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동요 프로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제작진들의 무거운 짐을 방송사들이 덜어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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