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유아기 때 건전한 애착형성으로 건강한 인격·행동 기초 마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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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상보육과 무상양육의 문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너나없이 무조건 유아를 어린이집 등에 맡길 경우 유아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만 2세까지 유아기의 건강한 애착형성과 애착대상과의 신뢰감 형성은 인간발달의 첫 단추이자 건전한 인격형성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유아들이 엄마 품을 떠나서 하루 종일 있어도 괜찮은 걸까? 근래 들어 필자의 연구소에는 정서행동문제로 방문하는 유아들이 부쩍 늘었다. 이 아이들의 문제행동특성은 매우 비슷한데 주로 분리불안 문제, 심한 짜증이나 울음, 등원거부, 반항성, 산만함, 충동성, 공격성, 위축, 틱 증상, 주의력 결핍, 정서나 사회성의 미성숙, 대소변 가리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일찍부터 어린이집에 보냈고 하원 후에는 할머니, 베이비시터, 이모 등 하루에도 양육자가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연년생의 어린 아이 둘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큰 아이(2~3세 아이)를 늦은 시간까지 어린이집에 맡겨두는 경우도 있다. 지원이 되고 남들도 다 보내니까 우리 아이도 보낸다고 말하는 부모가 적지 않았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전문교사들인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앞의 내용에 힌트가 있다. 그것은 아이를 돌보는 주 양육자가 여럿이고, 유아가 애착을 형성해야 할 대상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도 문제다. 말러와 에릭슨은 분리와 개별화 단계에서 부모 또는 양육자에 의해 일관성 있게, 감정의 손상을 경험하지 않으면서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격 발달에 좋다고 했다. 즉 분리개별화 전에는 애착형성이 된 대상과의 단절이나 또는 애착 대상의 변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생업을 위해 부부가 둘 다 직장에 나가야 하기도 하고 부부 중 어느 한편도 일을 그만 두거나 휴직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엄마의 우울증 등 심리적 문제나 신체적 질병의 문제로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부득이 다른 사람의 손에 아이를 맡긴다고 하더라도 부모는 양질의 모성적 배려를 받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조정숙
천안아동발달연구소장

유아기 모성 결핍으로 발생한 불안정애착형성의 문제는 아이의 정신적 신체적 발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거나 유아기에 경험한 애착관계의 질에 의해서 아이의 성격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인간은 이 시기에 익힌 애착관계를 평생 순환적으로 반복하며 발전시켜 나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릴 때 애착관계의 어려움을 겪은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낮은 자신감, 빈곤한 사회성, 스트레스에 약한 정신구조 등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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