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도하회의 수정초안 제시…막판진통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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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각료회의가 공식일정 마지막날을 맞아 수정초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오늘 새벽 3시까지 회의가 진행됐으나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면서 "전체회의 의장인 카말 카타르통상장관의 수정초안을 놓고 수차례의 회의를 가질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연합이 농업 문안의 수정과 환경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중인데다 개도국 진영에서 섬유자유화 등 일부 이행문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 타결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황 본부장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각 오후 4시)부터 이뤄질 예정이던 최종 각료선언문 채택 일정은 늦춰지고 있다.

이에 앞서 WTO 전체회의는 소그룹회의가 운영중인 6개 분야에 걸쳐 회원국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초안을 13일중 내놓기로 했다.

농업의 경우 시장접근 및 국내보조의 정도를 규정한 `실질적인(substantial)'이라는 단어가 2차초안 상태를 유지하고 `점진적인(progressive)'이라는 표현이 추가되지 않으면서 우리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는 쪽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럽연합(EU)이 강력하게 요구한 수출보조의 `단계적 폐지(phasing out)'라는 대목의 수정 여부도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덤핑에서는 우리 입장을 반영, 개정협상에 들어간다는 문구가 유지되지만 미국내의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해 문구를 다듬는 방향으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적법한 무역구제조치의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는 세부문구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선진국과 개도국이 대립해오던 지적재산권(TRIPS)협정-공중보건 문제도 중간선에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지만 최종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우리 대표단 관계자는 "농업과 환경문제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과 이행문제에 관한 개도국의 요구가 워낙 강경해 이들의 태도변화가 뉴라운드 협상 출범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도하=연합뉴스) 정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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