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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인「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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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꼭 10년전 고교생 7명이 모여 문학동인회를 만들었다. 고을의 풍경을 따서「계암」이람 이름붙였다. 동사판을 긁어 매년 한권씩 동인지를 엮어냈다. 성년이 되자 서로 직장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입관도 하고…해서 동인들은 고향을 떠나가곤 했다. 동인지도 저절로 몇번은 쉬지 않을수 없었다. 작년 방학때는 모두들 귀향을 했다. 포도주 잔치를 벌이고 동인지의 속간을 다짐했다.「길」이라고 개명도 했다.
그들은 한번도 어디에 두고 해본일이 없는 무명 시인들이다. 그러나 문학에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한 동인은 생명까지 버렸다.『이 이상 더 쓸수는 없다』는 절망감에서 헤어나지를 못한 열혈시인이 정창석씨 였다. 매일보는 그 환경, 그 하늘 그 산하, 그리고 가난한 얼굴들. 그 문학청년은 이런 것을 극복할 수 없었던가 보다. 동인들은 추념동인지를 만들어 그를 위로했다.
동인지에 실린 그들의 작품은 대부분이 생활 묘사 아니면 먼 풍경들이다. 향토색 이랄까. 그러나 이른바 난해지는 없다. 옛 노래를 듣는 반가움으로 그 작품들을 줄줄 읽을 수 있었다. 성규호씨는 말한다.『우리 동리의 길은 넓어지고, 작은 마을에도 차가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길을 걷는 사람의 의상과 얼굴의 표정과 생활은 다름이 없다. 모두들 무명옷을 똑같이 입고있듯, 그 고민도 같다. 그러니 우리는 그런 생활을 외면하고 실험지 따위는 쓸수없다.』그래선지 일기를 읽는 감동이 있다. 그러나 속에서 움트는 성찰같은 것도 없지는 않다. 날카롭게 주위를 투시하는 눈초리가 그것이다.
『보리대가리 영그는 보람으로, 아득하여 기원을 더듬을 수 없는 먼 조상적 부터, 저기 찬란한 햇빛 아래서 괭잇날이 번쩍이고 있었다.』<진중혁·유업에서>
그들의 현실엔 무한한 동정과 애정들을 쏟는다
『폭죽은 삼베 옷자락은 첩첩이 늘어져가고, 하앙시 다문 입술에 애수를 품은…』(정사균·슬픈묘사에서)
◇문호 꿈꾸지 않는 만족한 나를
성규호씨는『우리가 그들 (흙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노래 하지 않으면 누가 노래를 부러 주겠느냐?』고 말한다. 금년엔 8월에 또다시「길동인지」가 푼돈으로 엮어진다. 이웃의 마을 사람들에게 5백권이 배부될 것이다. 문호를 꿈꾸지 않아도 그것에 만족하는 시인들이다.
「길」문학동인 ▲성규호 (거창중교사) ▲장옥양(부산지법서기) ▲진중혁(산청중교사) ▲김일규(부산대국문과) ▲정사균(마리국교사) ▲서기태(국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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