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기득권이 창조의 가치를 막는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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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나라 안팎에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깊어지고 있다. 물건도 시간이 흐르면 더 이상 그 시대와 통하지 않는 시점이 온다.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도 마찬가지다. 상승세를 그리다 기세가 주춤해지면 그땐 뭔가 바꿔야 한다는 신호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지켜내고 어떤 것을 바꾸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구별해내는 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본질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위대한 성장의 경험이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원리가 사회 저변에 흐르고 있다. 5000만 인구는 세계 인구의 0.7%에 불과하고, 남한 국토는 세계 면적의 0.07%밖에 되지 않는다. 천연 지하자원은 거의 없다. 유일한 성장 동력은 사람뿐이었다.

 우리는 이렇듯 사람이 가진 힘만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 많은 학자가 한국의 발전 동력으로 뜨거운 교육열을 가장 먼저 꼽는다. 다음 세대에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부모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교육으로 표현했고, 여기서 축적된 지식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춧돌이 됐다. 아무것도 없던 폐허 위에서 잘살아 보자는 일념 아래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우고 만들어내면서 창조의 힘을 키웠고, 이제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 인프라까지 갖추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가치들을 담아내는 사회의 통로가 어디선가 꽉 막혀버린 느낌이다. 성장을 경험하고 그 혜택을 손에 쥔 사람들이 기득권이라는 이름으로 창조적 가치를 막아서면서 진취적 인재들의 기세가 한풀 꺾여버린 형국이다.

 소득 4만 달러짜리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와 창조의 가치가 새롭게 살아나야만 가능할 것 같다. 각자의 분야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창업 붐이 일어나야 성장 동력은 마련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창조를 통해 만들어진 성장의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중산층 복원도 가능해진다. 특히 혁신적 아이디어로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이공계 분야의 인재들이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모두가 위기 극복과 변화를 갈망하는 이때가 진정한 도약을 위해 우리의 기본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우리 사회를 키웠던 기본은 인간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창조에 힘을 쏟던 그 본질적인 노력이었다. 새로운 시대를 맞는 지금, 창조의 가치가 현실에 안주하는 기득권의 가치를 앞서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 대한민국의 미래는 창조 정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나갈 때 마침내 열릴 것이다.

황철주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