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한국, 크로아티아 꺾고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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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젊은 피' 가 끓었다. 그리고는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3위, 현재 국제축구연맹 (FIFA) 랭킹 16위인 '발칸의 강호' 크로아티아를 잡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0일 내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의 개막전이 열릴 서울 월드컵 경기장 개장기념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초반 터진 최태욱.김남일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전반 설기현 - 안정환 투톱의 호흡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찬스를 이어가며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 4분 안정환이 센터서클 왼쪽에서 라인을 따라 밀어준 공을 설기현이 잡아 방향을 틀어 골문 쪽으로 향하다 첫 슈팅을 날렸다.

이어 9분에는 설기현의 패스를 이어받은 최태욱이 크로아티아 진영 페널티박스 왼쪽 바깥에서 건너편을 향해 센터링을 올리자 기다리던 이영표가 슈팅을 날렸으나 크로아티아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31분에는 이을용이 크로아티아 미드필드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을 최태욱이 이어받아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가 쳐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3-5-2전형을 들고 나온 크로아티아는 투톱인 라파이치 밀란과 블라오비치 고란이 위협적이었다. 주로 미드필드 뒤쪽이나 수비라인에서 긴 로빙패스가 투톱에 연결된 뒤 골문까지 치고 들어오는 공격방법을 사용한 크로아티아는 두세번 만에 슈팅까지 이어지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11분 밀란의 센터링을 이어받은 시무니치 요십의 위력적인 헤딩슛을 골키퍼 이운재가 선방해 첫 실점위기를 넘겼다. 이어 33분에는 고란이 한국진영 페널티지역 정면 바로 바깥에 중거리슛을 시도했으나 크로스바를 넘기고 말았다.

크로아티아는 전반 내내 이들 투톱을 이용해 한국 골문까지 파고 들어봤지만 한국의 밀집수비에 막혀 두 차례의 슈팅찬스 외에는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후반 들어 김태영 대신 이천수를 투입하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이 교체는 적중했고, 두 골 모두 이천수의 발에서 시작됐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명의 관중이 환호서이 터진 것은 후반 18분이었다.

이천수는 크로아티아 진영 왼쪽에서 건너편의 안정환을 향해 크로스패스를 보냈다. 공을 잡은 안정환은 상대 수비 두 명 사이로 공을 빼며 슈팅기회를 엿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순간 사이드어태커에서 윙백으로 내려가 있던 최태욱이 번개처럼 나타나 왼발 강슛을 날렸다.

쏜살처럼 날아간 공은 크로아티아 골네트 오른쪽 위에 그대로 꽂혔다.

선제골을 뽑은 한국선수들은 그간 보아왔던 그들이 아니었고 불과 3분만에 추가골이 작렬했다. 후반 21분 이천수가 크로아티아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이 골문 앞에 있는 양측 선수들 위로 떨어졌다. 가장 높이 치솟은 선수는 김남일이었다.

공은 김남일의 머리에 맞은 뒤 골문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크로아티아 골키퍼 부티나 토미슬라프가 펀칭한 공은 뒤쪽으로 튀면서 크로아티아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한국쪽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발라반 보스코와 야르니 로베르트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에 나선 크로아티아였지만 좀처럼 공격기회를 잡지 못했다.

후반 28분 크로아티아는 카리치 벨딘이 한국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유도하다 오히려 '헐리우드 액션' 으로 판정받으면서 경고를 먹었다.

이날 승리로 그간 지긋지긋 하던 유럽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맞게 된 한국은 이날 부상중인 이민성 대신 심재원이 나왔을 뿐 그대로 스리백 수비를 사용했다.

대신 3-5-2 전형을 통해 미드필드와 공격라인에 변화를 줬다. 안정환과 설기현을 투톱으로 세우고 최태욱이 양쪽 날개를 오가며 측면돌파를 시도하는 동시에 윙백으로 나선 이을용과 김태영이 중앙으로 파고드는 설기현과 안정환에게 스루패스를 찔러넣는 중앙돌파도 구사했다. 공격루트가 다양해지자 지난 세네갈전에 비해 공격이 활기를 띄었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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