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고객 욕구 읽었더니 … 매출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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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우리 회사(유유제약)의 경쟁자가 계란과 쇠고기래요. 다른 제약사가 아니고.”

 유원상(39·사진) 유유제약 상무는 빅데이터 분석이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회사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개최한 ‘제1회 빅데이터 활용·분석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금상은 삼성전자에 돌아갔다. 1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계란과 쇠고기라니.

 “멍 하면 뭐가 떠오르나. 아마 계란으로 눈가를 문지르는 모습이 떠오를 거다. 쇠고기가 멍을 빨아들인다는 이상한 민간 요법을 믿고 멍 자리에 쇠고기를 붙인 사진이 인터넷에 떠돈다. 멍든 데, 부은 데,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연고 ‘베노플러스’의 경쟁자는 다른 제약사 제품이 아니라 계란과 쇠고기였던 거다.”

 -멍 치료제는 생소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해 보니 정말 그렇더라. 2002년에 나온 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은 멍 치료 연고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인터넷에 ‘멍 빨리 없애는 법’을 검색하면 계란이나 쇠고기가 연관 검색어로 떴다. 그런 인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했다. 그랬더니 지난해 7~9월 베노플러스 검색 건수가 201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다섯 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멍 빨리 없애는 법’이라는 검색어는 2만6596건에서 1만7771건으로 줄었다. ‘멍 빨리 없애는 법’을 검색하는 대신에 베노플러스를 검색한 거다.”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분석 결과 멍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중엔 여성이 상당히 많았다. 그간 어린이만 타깃으로 했는데 말이다. 특히 다이어트하는 여성들은 영양 상태가 나빠져 쉽게 멍이 든다. 베노플러스를 파우치(화장품 손가방)에 담아 ‘상비약’으로 팔았다.”

 -빅데이터 분석이 효과가 있었나.

 “이전엔 여름에만 팔렸다. 그런데 요즘엔 겨울철에 더 나간다. 빅데이터 분석을 하니 겨울방학 시작해서 개학 전까지 ‘멍’과 관련한 검색이 급증했다. 수험생들이 성형을 많이 하는 때라서 그렇다는 분석이었다. 이거다 싶었다. 멍 없애는 연고라고 성형외과나 주변 약국에 적극 알렸다. 어린이에서 성인 여성으로, 치료에서 미용으로 타깃을 바꿨더니 매출이 50% 가까이 늘었다.”

 -다음 계획은.

 “지난해 8월엔 한국모델협회와 업무계약을 체결했다. 일을 하다 보면 멍 들기 쉬운 모델들에게 베노플러스는 꼭 필요하다. 모델협회와 공동 프로모션을 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다음으로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우울증 치료제에 집중할 생각이다. ”

 -창립 72년이나 된 회사다. 새로운 마케팅 방법에 대한 저항은 없었나. (그는 창립자인 고 유특한 회장의 손자이자 유승필 현 회장의 장남이다. 유한양행의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가 큰할아버지다.)

 “외국에서 살다가 2008년부터 회사에서 일했다. 처음엔 내가 뭘 하겠다고만 하면 임원들은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응했지만 지금은 ‘일단 들어보자’고 바뀌었다.”

빅데이터(Big Data)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의 데이터 수집·저장·관리·분석의 역량을 넘어서는 대량의 데이터 집합, 혹은 이러한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 지난해 초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는 빅데이터를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기술’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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