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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계속 오른다면 … 확정급여형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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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퇴직연금의 대다수는 DB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체 적립금의 71.9%가 DB형이다. DC형은 18.3%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업장 개수로 보면 오히려 반대다. DC형을 도입한 사업장(9만2215개소)이 DB형을 도입한 사업장(6만4130개소)보다 더 많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조운건 퇴직연금 총괄팀장은 “근로자 수가 많은 대형 업체들이 주로 DB형을 선택했다면, 중소 업체들은 DC에 가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과연 DB형과 DC형 중 어느 것이 유리할까. 선택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본인이 남은 재직기간 중 쌓이는 퇴직금을 직접 굴려 임금상승률보다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DC형이 낫다. 반면 그럴 자신이 없다면 회사가 미리 정해준 퇴직금을 주는 DB형이 좋다.

 DB형은 퇴직할 당시의 월평균 소득에 근속연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퇴직금을 산정한다. 따라서 앞으로 월급이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대기업 대리나 평사원이라면 DB형이 좋다. 물론 퇴직금을 직접 굴려 이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자신이 있다면 당연히 DC형이 낫다.

 향후 연봉상승을 별로 기대하기 어렵거나, 임금피크제에 걸려 있는 사람이라면 DC형이 유리하다. 간단한 기준은 연봉상승률을 시중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하는 것이다. 연봉상승률이 이만 못하면 DC형으로 그때그때 받아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게 이익이다.

 DB형과 DC형은 운용 제한도 다르다.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DC형은 고위험 상품에 많이 투자하지 못하도록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DB형은 투자금의 절반까지 가입할 수 있지만, DC형은 40%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퇴직연금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이 나는 걸 막기 위해 법으로 막아놓은 것이다.

 이같이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는 DB형과 DC형이지만 근로자가 맘대로 고를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전체 사업장 중 2.2% 정도만 DB형과 DC형을 동시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조운건 팀장은 “회사가 DB형과 DC형 어느 한쪽을 선택했더라도 같은 유형 내에서는 여러 금융회사 중에서 한 곳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또 성격상 DB형에서 DC형으로의 전환은 가능하지만, DC형에서 DB형 전환은 불가능하다. 올해부터는 퇴직연금제도에도 변화가 있다. 다음 달 공포 예정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퇴직연금 의무 수령기간이 생긴다. 앞으로는 퇴직연금에 대해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연금저축처럼 최소 15년 이상에 걸쳐 나눠 수령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는 430만 명에 달한다. 500인 이상 사업장에선 근로자 89.5%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는 아직 많이 들지 않았다. 전체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 비율은 12.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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