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패션 M&A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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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스포츠 패션업계에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이랜드는 17일 미국 현지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K·Swiss)의 지분 100%를 약 20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증시(나스닥)에 상장된 패션기업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이랜드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 바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랜드는 케이스위스 인수를 계기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 스포츠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뉴발란스 유통권과 중국 내 독점 유통권을 갖고 있는 나이키 골프 브랜드에 케이스위스를 더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랜드는 “케이스위스 인수로 미국·유럽·중국 세계 3대 시장에서 패션 사업을 전개하는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1966년 설립된 케이스위스는 테니스화가 주력 상품으로 미국에서는 나이키·리복·뉴발란스와 함께 손꼽히는 브랜드다. 2011년 총 매출은 6000억원. 미국 내 판매 비중이 매출의 절반이다. 영국·독일 등 유럽과 홍콩·일본·대만 등 아시아에서도 매출이 고른 편이다. 국내에서는 르까프를 경영하는 화승이 독점 수입 판매권을 갖고 있다. 이랜드는 케이스위스의 부츠 브랜드 ‘팔라디움’을 자사 신발 편집매장 ‘폴더’에서 판매해왔다.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랜드가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엔 미래에셋사모펀드(PEF)와 휠라코리아 등이 세계적인 골프업체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했다. 2010년엔 남영비비안이 수입판매하던 프랑스 고급 속옷 브랜드 바바라를 사들인 바 있다. 2007년엔 휠라코리아가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했고, 2005년 독일 명품 가방 브랜드 MCM을 수입판매하던 성주인터내셔널이 본사를 인수했었다.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도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와 지분 인수를 위한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수 계약이 막바지 단계다. 네파는 17일 “해외 사업 투자 등을 위해 새 주주로 MBK파트너스를 영입한다”며 “계약 후에도 김형선 사장은 경영권과 더불어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네파 관계자에 따르면 MBK가 단계적으로 네파 지분의 80%를 약 9000억원에 인수하는 안이 논의 중이다. 네파는 아이돌그룹 2PM을 모델로 기용하며 최근 10~20대 층에서 인기가 급상승해 업계 ‘빅5’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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