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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세대를 잡아라 요즘 극장가 흥행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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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리안 감독의 3D 블록버스터 ‘라이프 오브 파이’. 중·장년층의 반응이 뜨겁다. [사진 20세기폭스]

극장가에 40대 이상 중·장년층 바람이 거세다. 지상파 TV는 말할 것도 없다. ‘대중문화는 10대~20대의 것’이라는 말이 수정돼야 할 형국이다. 복고 취향의 ‘7080’ 정도가 아니다. 중년층은 이제 영화 흥행을 결정하는 큰 손으로 떠올랐다. 이들을 무시하고는 ‘대박’은 힘들다는 게 충무로의 정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13일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박스오피스 1~5위 중 3편에서 모두 40대 이상 관객 예매율이 가장 높았다. 영화·뮤지컬·출판시장을 강타한 ‘레미제라블’, 한국형 재난영화 ‘타워’, 리안 감독의 3D블럭버스터 ‘라이프 오브 파이’다.

 특히 400만 명을 돌파한 ‘타워’는 40대 이상의 예매율이 42%로, 30대(36%) 보다 훨씬 높았다. 500만 명을 넘기며 국내 뮤지컬영화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레미제라블’ 역시 40대 이상이 39%로 가장 높았다.

 예술영화 쪽에서도 중년의 파워가 만만치 않다. 흔히 예술영화의 흥행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관객 1만 명을 넘은 덴마크 영화 ‘로얄 어페어’의 예매율도 40대 이상이 가장 높다. <표 참조>

관객 4만 명을 돌파한 ‘아무르’ 역시 40대 이상 예매율(39%)이 30대(41%)에 육박했다.

 이런 경향은 TV에서 더 선명하게 확인된다. 시청률 40%를 돌파한 ‘내 딸 서영이’ 등 흥행 드라마들은 전부 중·장년 취향이다. 상대적으로 젊은층 시청이 많은 미니시리즈는 흥행해도 20%를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내 딸 서영이’는 60대 이상 시청자가 26.6%를 차지했다. 40대 이상이 총 67.9%였다. (닐슨코리아 집계)

 반면 모바일·PC 등으로 TV를 시청하는 N스크린에서는 젊은층의 이용이 압도적이었다. CJ헬로비전의 N스크린 서비스 티빙은 20대 이용률이 43%로 가장 높았다. (2012년 7월) 20~30대가 78%에 달했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씨는 “집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지상파TV는 이미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됐는데, 기존 시청률 조사는 스마트기기를 통한 젊은층의 시청행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 소비층은 아직까지 20~30대다. 하지만 40대 이상 관객의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90대 중반 일기 시작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겪은 데다 가족 여가문화도 누릴 줄 아는 세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장년층 또래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변수다.

 예술영화로 유명한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의 강신웅 대표는 “극장을 찾는 주 고객층이 중년 주부다. 중·장년층이 이미 다양한 문화소비의 중심세력으로 떠올랐다. 예술영화는 젊은 영화 마니아들만 찾는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CJ E&M 영화부문 홍보팀장은 “가족영화의 강세 등 제작과 마케팅 모두에서 중·장년 관객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제작비가 큰 영화일수록 캐스팅 단계부터 기성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배우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아예 실버세대를 겨냥한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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