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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는 '탈색 공장?'

중앙일보

입력

'바톨로 콜론의 양말을 탈색시켰다.'

16일(한국시간) 몬트리올 엑스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그리고 뉴욕 양키스가 포함된 '3각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

'3각 트레이드'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몬트리올의 '에이스' 바톨로 콜론이 시카고 화이트 삭스로, 양키스의 '엘 두케' 올란도 에르난데스가 몬트리올로, 화이트삭스의 안토니오 오수나가 양키스로 간다는 것.

바톨로 콜론은 이번 스토브리그 동안, 보스턴 레드삭스가 영입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꾸준히 해오던 선수였기에 그의 화이트삭스행이 주는 충격은 의외로 크다.

게다가 '3각 트레이드'의 한 축이 바로 지구 라이벌 양키스라는 점에서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보스턴 헤럴드의 칼럼니스트 토니 마사로티는 자신의 기고한 칼럼에서 "양키스가 콜론의 앞길을 치워줬다."며 양키스를 은근히 비꼬고 나섰다.

그가 양키스의 개입을 비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호세 콘트라레스와 마쓰이 히데키를 영입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인 양키스가 지구 라이벌인 보스턴의 전력 증강을 막기 위해, 뉴욕도 보스턴도 아닌, '제3의 지역'으로 콜론을 빼돌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정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몬트리올을 위해, 양키스가 에르난데스의 연봉 중, 상당 부분을 부담한다는 것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 팀을 떠난 선수의 연봉을 전 구단이 부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양키스가 콜론의 보스턴행을 저지하기 위해 에르난데스의 연봉 부담이라는 '당근'을 몬트리올에 제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전에 레드삭스의 CEO, 루치노가 양키스를 '사악한 제국(Evil Empire)'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비난의 화살'이 양키스로 집중되는 것을 피하면서 보스턴을 견제하는 최상의 대안은 '제3구단으로 트레이드'를 측면 지원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스타인브레너는 이번 스토브리그를 통해, 양키가 아닌 소수민족 출신의 FA 대어들을 백인화시키는 '탈색작업'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이번에는 바톨로 콜론의 양말 색깔마저 '붉은색 양말(레드삭스)'에서 '흰색 양말(화이트삭스)'로 바꿔 신게하는,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주간지, 스포팅뉴스가 선정한 '스포츠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선정된 스타인브레너(72).

이번 스토브리그를 통해 그는 레드삭스의 28살짜리 단장, 테오 엡스타인에게 스포츠 비지니스의 본질에 대해 열강하고 있는 노교수처럼 비춰진다.

그가 꼽는 스포츠 비지니스의 최고의 덕목이 '돈'과 '영향력'이라는 것이 정도에서 어긋난다는 게 다소 아쉬운 부분.

한편, 엡스타인은 번번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전력 강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실속은 없다.

메이저리그의 불문율을 깨트리고 일본 센트럴리그의 주니치 드래곤즈와 계약한 1루수, 케빈 밀러를 뒤늦게 유혹하다가 플로리다 구단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상대의 변죽을 울리며 연승을 거듭하는 '탈색 공장장' 스타인브레너, 이와는 반대로 무모한 정면 돌파만을 시도하다 제풀에 쓰러지고마는 '애송이' 엡스타인.

오프시즌 동안 판가름난 그들의 승부가 페넌트 레이스의 '진검 승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지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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