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전적으로 제대혈 비슷한 확률 높아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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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대혈 줄기세포 시술 성공은 뇌성마비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연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환자 본인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성마비를 치료한 적은 있었다. 분당차병원 김민영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제대혈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환자 본인의 제대혈이 보관돼 있지 않더라도 시술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의대 김현옥(진단의학과) 교수는 “뇌성마비 환자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잘 디자인된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 이식을 할 때 다른 사람의 간을 받으면 이식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제대혈(줄기세포)도 타인의 것을 받으면 환자의 몸이 ‘거부’한다. 김 교수팀이 ‘면역 적합성(HLA)’ 검사를 먼저 실시해 타인의 제대혈이 환자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본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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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교수는 “6개의 (면역 적합성) 항원 중 4개 이상이 일치하는 제대혈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항원 6개가 모두 일치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차병원에 보관 중인 3000여 개의 제대혈과 4∼5개의 항원이 일치했다. 이처럼 일치도가 높은 것은 한국인이 유전적 동일성이 높은 민족이라는 것과 상관 있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항원이 일치하는 숫자가 많을수록 뇌성마비 치료 효과도 높았다. 자신의 제대혈(6개 모두 일치)을 사용하는 이른바 자가 제대혈 줄기세포를 주사하면 가장 효과가 높다는 뜻이다. 본인의 제대혈을 이용한 줄기세포 시술은 미국에서 2곳, 한국에서 한양대병원 이영호 교수팀이 실시한 바 있으나 아직 공식 논문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는 뇌성마비 환자 가족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가능했다. 연구팀이 제대혈을 주입한 1그룹과 제대혈을 사용하지 않은 2그룹 등 모두 3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는데 누가 어떤 그룹에 속해 있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나중에 제대혈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2그룹 아이들에겐 연구팀이 추가로 제대혈 시술을 해 줬다.

 이번에 제대혈 시술을 받은 아이들 가운데는 폐렴(31명 중 7명)·짜증(4명)·설사(6명)·열(12명)·소화불량(5명)·변비(5명)·피부발진(2명)·다모증(2명) 등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가톨릭대 의대 오일환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은 “뇌성마비 아이들의 뇌기능이 실제로 좋아지는지 제대로 밝히려면 더 장기간 추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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