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재해를 ‘보따리’처럼 감싸안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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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승덕(左), 김수자(右)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건물을 하나의 보따리로 상정하고, 그 공간을 감싸고 풀어내는 작업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보따리 작가’ 김수자(56)가 올 여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단독 전시로 ‘보따리의 결정판’을 보여준다. 전시를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승덕(59) 커미셔너와 김수자 작가가 이끌 올해 한국관 전시 방향을 설명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5년 시작한 세계 최고(最古)의 국제 미술전이다. 가장 큰 특징은 국가관별 전시다. 총감독이 진행하는 본전시 외에 각국이 주관하는 미술전이 열려 ‘미술 올림픽’을 방불케 한다. 별도의 국가관 건물을 갖고 있는 것은 이탈리아·독일·영국·미국 등 27개국 뿐으로, 한국은 1995년 국가관을 열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1955)에 이어 두 번째다.

 김수자 씨는 이미 두 차례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했으며, 한국관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수자의 ‘연꽃: 제로지대’. 2000개의 연등 사이로 불교와 이슬람교, 가톨릭 성가가 울린다. 2008년 브뤼셀 라벤슈타인 갤러리 설치 장면.

그는 ”1999년 전시에선 보따리를 실은 트럭을 세워 놓았고 벽면엔 거울을 설치했다. 당시 코소보 분쟁이 한창이어서, 그곳 난민들에게 바치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엔 ‘보따리’의 후속작인 ‘바늘 여인’ 시리즈를 선보였다.

“당시 이라크전으로 세계가 전쟁과 폭력에 휘말려 있을 때였다. 문제가 됐던 세계 6개 도시를 돌며 벌인 퍼포먼스를 6채널 비디오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지난해 11월 미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를 응시하고 있다. 뉴욕에서 지내는 김씨는 “일주일 가량 전기도, 가스도, 온수도 없는 상황에서 지내며 최근의 전지구적 자연 재앙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가 “관객이 공간·소리·빛을 몸으로 체험케 하는 비물질적 전시”임을 알리는 단서다.

 커미셔너 김승덕 프랑스 디종 소재 르 콩소르시움의 국제전시기획 디렉터는 “한국관은 원형의 투명 유리 건물로, 사각의 흰 벽으로 둘러싸인 일반적 전시장과는 다르다. 김수자 작가라면 이같은 도전적 환경 속에서 한국관을 돋보이게 할 장소 특정적 설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예술위는 전시 예산으로 4억원을 지원하며, 넥슨의 김정주 NXC 대표가 10만 유로(약 1억 4000만원)를 후원한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6월 1일 시작해 11월 27일까지 열린다.

총감독은 2009년 광주비엔날레 감독을 역임한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맡았다. 그가 내세운 주제는 ‘The Encyclopedic Palace’(백과전서식 전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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