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지난 9월 득녀 김택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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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서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태림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해졌네요."

지난 9월은 김택수(31.한국담배인삼공사)에게 정말 잊을 수 없는 한달이었다. 코리아오픈탁구대회에서 7년 만에 국제오픈대회 우승 갈증을 풀었고, 무엇보다도 세상에 둘도 없는 딸 태림이가 태어났다.

"뭐가 더 기뻤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당연히 태림이가 세상에 나온 것 아니에요□"라며 되물었다.

예정 분만일을 1주일 넘겨 부모의 애를 타게 만든 태림이의 서글서글한 눈매는 김선수를 꼭 빼닮았고, 도톰한 입술은 미녀궁사 출신 엄마 김조순(26)을 판박은 듯했다. 태림이가 태어난 지난 9월 21일 김선수는 재팬오픈 출전을 위해 곧장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태림이 얼굴도 보고 싶고, 입원 중인 아내도 걱정돼 정말 발걸음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태림이가 매정한 아버지를 용서하는 듯 제 얼굴을 보며 방긋 웃으면 세상 모든 걱정을 다 잊게 됩니다."

그 이후에도 김선수는 일본.중국 등을 오가는 바쁜 일정 때문에 집에서 한가롭게 태림이와 놀 짬이 많지 않다.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훈련장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한다.

야속한 마음이 들 듯하지만 아내 김조순은 "오빠(남편을 아직도 이렇게 부른다)가 바쁜 건 제가 잘 알죠. 그래도 집안 일을 꼭 거들어줘요. 요리실력은 오히려 저보다 나아요"라며 허물을 덮어줬다.

김선수는 태림이가 커서 탁구를 하기를 바란다. 민첩한 몸놀림과 빠른 판단력이 필요한 탁구가 여성에게 적합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태림이가 원하면…"이라는 전제를 덧붙였다.

"아들이면 지난 4월 역시 딸을 낳은 한국마사회 현정화 코치와 사돈을 맺으려 했는데, 이제는 여자 복식조를 이뤄야겠네요." 한국 탁구는 양영자-현정화의 대를 이을 최강의 복식조 탄생(?)을 앞두게 됐다.

"언제라고 말할 수 없지만 힘 닿는한 뛰겠습니다. 아직까지 유럽 선수들과 상대해도 힘에 부친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내년엔 태림이 목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꼭 걸어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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