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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전주 · 광주 월드컵 경기장 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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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개장 전주 경기장

호남고속도로 전주 인터체인지를 벗어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넓게 펼쳐진 농경지 한 가운데 전주 월드컵 경기장이 자리잡고 있다.

얼핏 다른 월드컵 경기장들과 다를바 없는 거대한 잿빛 콘크리트 구조물로 보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전주의 특산물 합죽선과 전래의 신앙대상물인 솟대가 대강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판소리 한자락과 어울리는 합죽선이 활짝 펼쳐진 채 4개의 경기장 지붕으로 변해 관중석과 그라운드를 덮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면, 마을 입구에 세워져 고장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던 솟대는 4개의 65m 높이 주기둥(마스트)으로 변신해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기원하는 듯하다. 전통과 첨단이 조화를 이룬 모범답안 같다.

1998년부터 경기장 건설의 실무를 맡아온 김시관 전주시 월드컵추진단 시설과장은 "아름다운 전통의 겉모습은 첨단기술 덕분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고(패스트 트랙.fast track), 콘크리트를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PC공법을 도입해 최하 36개월이 걸리는 공사기간을 4개월 단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공사비도 서귀포 경기장 다음으로 적은 1천4백50억원으로 줄였다.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들은 일단 경기장의 중간 높이인 3층 데크로 올라간 후 상·하단 관중석을 찾아 올라가거나 내려가게 된다.

하단 관중석은 하나로 연결돼 있지만 상단 관중석은 동서남북 4개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상단 관중석 사이는 외부로 터져 있어 통풍이 원활, 잔디가 자라는데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는 게 김과장의 설명이다.

이달 초 경기장을 점검한 한국월드컵조직위 관계자들에게서 잔디 생육상태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친환경적인 설계도 전주 경기장의 자랑거리다. 내리는 빗물을 모아 2천t 규모의 지하 저수조에 저장했다가 소방·청소용수로 활용하도록 했고, 경기장 중심을 관통해 흐르던 조촌천을 경기장을 둘러싸고 우회해 흐르도록 물길을 바꾼 후 생태하천으로 가꿨다.

개구리·달팽이는 물론 흰줄납줄개·붕어 등 6종의 물고기들이 살고 있고 내년 3월까지 수질 정화시설을 마련,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수질을 유지할 계획이다.

김과장은 지난 5일 발생한 서쪽 운영실 누수에 대해 "빗물을 모으는 우수관의 이음새가 느슨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경기장의 구조적 결함이 아니다. 축구 대표팀과 세네갈 대표팀의 8일 평가전과 내년 월드컵을 치르는데 문제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 13일 개장 광주 경기장

광주 월드컵 경기장은 좀 달랐다. 부산이나 수원의 월드컵 구장이 로마 원형경기장처럼 웅장하고 위압적이라면 광주경기장은 프랑스 남부의 자그마한 도시 아를에 있는 소형 원형경기장마냥 아담했다. 경기장 길 건너에서 발돋움을 하면 경기장 안이 들여다 보일것 같을 만큼 낮아 친근한 느낌이었고, 내부도 단순한 구조여서 편해 보였다. 그러나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둘러본 경기장은 시원스레 탁 트여 결코 작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광주구장은 유일하게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시공됐다. 국내 기술로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을 만큼 설계를 최대한 단순화시켜 다른 구장에 비해 경기장 시공 비용을 크게 줄였다. 다른 경기장에서 4백억~6백억원 가량 소요됐던 지붕 시공도 광주는 1백40억원에 마칠 수 있었다.

광주경기장이 다른 구장과 가장 다르게 보이는 점은 담장이 낮다는 것. 남북 방향의 담이 낮아 좌석에 앉아서도 경기장 밖 정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통풍이 잘돼 잔디 생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건설사업관리단 이호경 과장은 "공원 등 주변 환경과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담장을 낮추고 디자인을 단순하게 하는 데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광주경기장은 설계부터 완공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1999년 공사를 맡았던 업체가 입찰 계약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한양과 다시 계약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양이 파산하면서 남양건설㈜로 시공업체가 다시 바뀌었다. 가뜩이나 늦게 시작한 공사(99년 착공)에 두번이나 시공업체가 바뀌자 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도 광주 경기장은 월드컵 전까지 완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지난해 8월에는 골조빔에 불이 나 한동안 공사가 차질을 빚기까지 했다.

장상근 경기장 관리소장은 "시공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며 멱살잡이를 할 때는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이렇게 훌륭한 경기장을 완성하고 나니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추석·설 등 명절 때 단 하루도 못 쉬고 고생한 직원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시설전문위원들이 경기장 조사를 한 뒤 현재까지 개장한 경기장 가운데 전광판 시설과 조명·음향 등이 가장 훌륭하다고 칭찬했다고 자랑했다.

광주 월드컵 경기장은 4만3천1백21석 규모로 2천8백39대의 차량을 동시에 주차시킬 수 있으며 공사 비용으로 1천5백87억원이 투입됐다. 광주경기장은 내년 월드컵까지는 축구전용구장으로 쓰이지만 대회 후에는 현재 인조잔디를 설치한 부분에 트랙을 깔아 종합경기장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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