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 애리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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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양키스타디움을 뒤덮던 마술은 피닉스의 세찬 모래폭풍을 넘지 못했고 뱅크원볼파크는 새로운 우승팀을 만들어 냈다.

5일(한국시간) 막을내린 2001 월드시리즈는 시리즈내내 극적인 승부가 벌어졌다. 양키스가 압도적이라던 예상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고 제국의 신화는 깊은 모래속으로 사라졌다.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벌인 시리즈는 역대 어느경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의 명승부였다. 연패와 연승이 맞물렸지만 승부는 박진감 넘쳤고 손에 땀을 쥐게 했다.

4승 3패라는 시리즈 결과처럼 두 팀은 극적인 경기를 펼쳤다. 2연승, 3연패, 2연승은 그다지 좋은 경기라는 인상을 주긴 힘들지만 네 번의 1점차 승부가 벌어졌고 3번의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랜디 존슨·커트 실링은 시리즈 내내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기대한 만큼 마운드에 머물렀고 팀은 승리를 거뒀다. 수적·질적 우세를 보인다던 양키스 마운드도 최강의 원-투 펀치 앞에선 초라해졌다. 두 투수는 포스트시즌 동안 팀이 거둔 13승 가운데 8승을 올렸고 전천후 출격을 했다. 실링과 존슨은 각각 0.93과 1.52의 빼어난 방어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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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3연승을 거뒀지만 양키스의 전력은 기대 이하 였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실책과 집중력 빈곤으로 무너지지 않았다면 다이아몬드백스의 상대는 일찌감치 바뀌었을 것이다.

월드시리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홈 2연승을 올린 다이아몬드백스는 4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낼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그러나 3차전은 '제국의 위세' 앞에서 허둥댔고 4차전과 5차전은 마무리 불안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쉽게 갈 수 있었지만 모든 상황이 극적이고 짜릿한 승부를 만들었다.

양키스는 늘 그렇듯이 휘청거리면서도 끝까지 왔다. 98년 우승 이후 월드시즈 3연패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어느 면에서도 양키스는 최고가 아니지만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제국은 기억속으로 사라졌다.

팀 사정도 선수 면면을 살펴봐도 다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기 어려운 다이아몬드백스는 승리에의 열망이 있었고 양키스보다 조금 더 강했다.

월드시리즈 7차전 9회말에서 나온 끝내기 안타는 전력분석으론 설명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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