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한달반만에 100P 껑충…뜨거운 늦가을 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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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강세장의 상징)가 곰(약세장)을 밀어부치고 있다. 금리 인하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은 '증시는 꿈을 먹고 상승한다'는 격언을 쫓고 있다. 미국의 9.11테러 이후 곰의 승리를 점쳤던 증시 전문가들의 예언이 무색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10월 이후 국내 시장에서 2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가을 랠리(연속 상승)'를 이끌고 있다.

6일에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에다 시스코시스템스가 당초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공개하면서 세계 기술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장세(풍부한 시중의 돈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조짐으로 투자심리가 달아오른 가운데 '시스코 효과'가 기름을 부은 셈이다.

그러나 기술적 지표들은 이미 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다. 또 지수는 지난 1년동안 지루한 박스권 장세로 두텁게 매물이 쌓인 560~590선에 접어들었다.

여기에다 외국인들이 사들이는 종목이면 무조건 오르는 바람에 주도주 가리기가 쉽지 않고 선물-현물지수의 괴리도 예사롭지 않다. 제한적 유동성 장세로 초겨울 랠리가 계속될 지 짚어본다.

◇ 주도주 다툼=9.11 테러 이후 통신주에서 시작해 반도체주→은행.증권주→보험주→자산주로 빠른 순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SK텔레콤에 국한돼온 외국인들의 매수 종목도 은행.포철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이처럼 주도주 없이 주가가 무차별 상승하는 것은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세계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때에만 나타나는 유동성 장세의 대표적 현상으로 보인다.

주도주에 대한 증권사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SK증권은 "일단 시세에 순응하라"며 매수를 권하면서도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큰 만큼 연말이면 부각되는 배당주와 실적 호전 내수주에 관심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증권과 굿모닝증권은 "외국인들이 내년의 경기회복을 내다보며 선취매에 나서고 있다"며 "일단 시장 주도권을 외국인이 쥔 만큼 경기 회복 때 상승폭이 클 것으로 보이는 기술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다시 부는 가치주 열풍='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가치주는 수익기반이 확보돼 있는 내수관련 경기방어주를 주로 일컫는다. 최근 외국인은 기술주 편식에서 벗어나 제약.음식료.건설.보험 등의 업종으로 매수세를 넓혀가고 있다.

◇ 선물시장의 응원=5일에 이어 6일에도 현물(주식)가격과 선물가격간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자 프로그램 매수가 대거 유입됐다.

그동안 현물가격에 비해 선물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자,선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주식을 처분하는 대신 선물을 매수하는 매도차익거래가 기승을 부려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5일 시장베이시스(선물가격에서 현물가격을 뺀 수치)는 마이너스 0.5~마이너스 0.6을 기록했다.

시장베이시스가 10월 한때 마이너스 1.7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해선 선물가격이 상당히 회복된 것이다. 시장베이시스가 급격히 줄어들자 2백51억원 상당의 프로그램 순매수거래가 체결됐다.

◇ 두터운 매물벽=종합주가지수가 580선을 돌파하려면 상당한 시장 에너지가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이 지난 5월2일 이후의 거래량을 기준으로 매물대를 분석한 결과 주가지수 580~590대에 거래가 체결된 주식은 모두 44억주를 넘었다.

560선 이상에서 거래가 이뤄진 2백29억주 중 19.5%를 차지하는 셈이다. 또 590~600대에도 38억주가량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 고객예탁금은 감소=지난달 중순이후 거래소시장은 단 이틀(영업일 기준)을 제외하고 줄곧 상승했다.

그러나 시중자금이 증시에 많이 유입되지 않은채 기대감만으로 오르기엔 힘에 부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주식을 살 여윳돈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감소추세다.

지난달 17일 8조6천억원이었던 고객예탁금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8조1천억원대(3일기준)에 머물러 있다.

신흥증권 이필호 수석연구원은 "지수가 상승 탄력을 받으려면 최소한 예탁금이 9조원대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투자지표들도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지수의 추가상승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철호.이희성.김동선.김용석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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