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한국 뮤지컬 창작은 아직 약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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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칼린씨는 “뮤지컬 음악감독 일은 퍼즐풀기 같은 재미를 준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뮤지컬 음악감독 '국내 1호'인 박칼린(38)씨. 오똑한 콧날, 훤칠한 키에 한국어를 또박또박 말하는 품새가 한국에 무척 관심 많은 서양 미인 같다.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통화연결음)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오래 전부터 좋아하는 노랜데 비트가 마음에 든단다.

미모의 박씨는 바야흐로 한국 뮤지컬계를 마녀처럼 주무르는 중이다. 1995년 '명성황후' 이후 크고 작은 뮤지컬 30여 편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요즘 박씨는 말 그대로 몸이 서너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8개월간 공연되는 대형 뮤지컬 '아이다' 등 뮤지컬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와 손잡고 올해 6편의 음악감독을 맡는다. 그 중 '갬블러'와 '틱, 틱…붐!'이 이미 연습에 들어갔다. 지난 2월부터는 경기도 동아방송대 전임교수로 일주일에 두 차례, 하루 3~4시간씩 뮤지컬에 대해 강의한다. 그 바쁜 와중에 뮤지컬에 관한 책도 쓰고 있다.

24일 박씨를 만나 한국의 뮤지컬 열기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박씨는 내부자도 국외자의 시선도 아닌, 객관적인 생각을 밝혔다.

박씨는 "한국 뮤지컬 산업의 발전속도는 엄청나다. 배우와 기술진의 수준도 상당히 높다. 하지만 극작가.안무가.연출가.작곡가 등 창작진은 공연 선진국들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뮤지컬이 연극이나 음악극과는 어떻게 다른지, 왜 말로 할 수 있는데 굳이 노래로 하는지 등 뮤지컬의 철학과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공부가 부족하다 보니 우수한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출연 배우에만 관심을 쏟는 관객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뮤지컬 열기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과 비교해봐도 한국 사람들이 뮤지컬에 특히 열광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 뮤지컬과 잘 맞는 민족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극장이 더 많이 생겨 티켓 가격이 지금보다 20% 정도 싸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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