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수비하나가 바꾼 흐름

중앙일보

입력

데릭 지터의 수비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지터는 6회 대니 바티스타를 3루에서 잡아내는 결정적인 송구 하나로 분위기를 뉴욕 양키스 쪽으로 가져오게 했다.

6회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두 타자인 스티브 핀리가 3구째 중전 안타로 무사 1루를 만든 상황. 다음 타자로 들어선 바티스타가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타구를 날렸다.

공은 펜스를 맞았고 타구를 잡은 중견수 버니 윌리엄스가 지터에게 송구했다. 공을 잡은 지터는공중에서 다음 자세로 바꾼 뒤 낙하지점에서 한 박자 빠른 템포로 3루에 정확히 송구, 바티스타를 잡아냈다.

독수리가 고공낙하하면서 먹이를 사로잡는 유연한 몸놀림처럼 지터의 수비력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 수비하나가 양 팀의 명암을 엇갈리게 했다. 양키스로서는 한 숨을 돌리는 수비였고 다이아몬드백스로서는 찬물을 맞은 수비였다.

다이아몬드백스가 먼저 선취득점을 올렸지만 무사였기 때문에 점수를 더욱 낼 수 있던 상황이었다. 점수를 내면서 무사 2루인 상황과 점수를 내고 누상에 주자가 없는 상황은 상대가 느끼는 부담 자체부터 다른 것이다.

선발 커트 실링이 완벽한 투구를 보였고 랜디 존슨이 뒤를 받칠 것이 확실시 되었다면 한 점과 두 점차는 상대에겐 엄청난 중압감으로 남는다.

만일 바티스타가 욕심을 내지 않고 2루에 머물러 후속 타자의 결과에 따라 홈을 밟았다면 경기는좀 더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다이아몬드백스. 반면 양키스는 지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수비 하나로 경기의 흐름을 양키스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만일 9회말 대역전극이 아니였다면 두고두고 뼈아픈 순간이 될 뻔 했다.

Joins 이병구 기자 <lpg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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