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세상보기] 우리가 별을 열심히 보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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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의 봉래산에 '별마로 천문대'가 문을 열었다.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영월군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40억원을 투자해 지은 것이다.

초현대식 천문대와 단종 유적지가 함께 어우러진 훌륭한 여행 코스로 퇴폐적인 카지노에 빠져버린 이웃과는 아주 구별되는 모범적인 지방자치의 성공 사례임이 틀림없다.

별에 대한 관심은 여러 대학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소리없이 번지기 시작해 이제는 곳곳에서 작은 사설 천문대를 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이태형이라는 아마추어 천문가에 의해 처음 발견된 소행성에 붙여진 '통일'이라는 우리 이름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도 거뒀다.

그런데 우리는 도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별을 보려고 할까□ 밤하늘에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별들은 언제나 그곳에 있는 것 같지만 계절에 따라 위치가 바뀌다가 해가 지나면 어김없이 제자리로 다시 돌아온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가끔씩 별똥별이 떨어지고, 긴 꼬리를 가진 혜성이 하늘을 가르기도 하며, 월식의 장엄한 신비가 연출되기도 해서 더욱 신비스럽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그런 별을 이용해 나라와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쳤고, 밤하늘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새기기도 했다.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신화를 바탕으로 별자리를 만들었고, 우리도 견우와 직녀의 슬픈 전설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밤하늘은 민족 고유의 전통을 담아내는 인류 공용의 도화지였던 셈이다. 중세를 지나면서 별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가들에게 등대가 됐다. 갈릴레오의 망원경 덕분에 붙박이로 반짝이는 항성들 사이로 지나가는 행성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서 근대과학의 기초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별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역시 현대과학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신비의 은하가 사실은 1천억개의 별로 이뤄져 있고,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1천억개가 있음을 알게 됐다.

반짝이는 별빛은 탄소 원자핵의 촉매 작용으로 중수소의 원자핵이 융합되면서 나오는 빛이라는 사실도 밝혀졌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별은 까마득한 옛날에 그곳에 있었을 뿐이라는 믿기 어려운 사실도 알게 됐다.

그뿐이 아니다.1백50억년 전에 거대한 대폭발에 의해 생겨난 우주는 지금도 놀라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고, 50억년 전에 태어난 태양계도 앞으로 50억년이 지나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냉엄한 과학적 진실도 알아냈다.

그러니까 우리가 별을 보는 것은 단순히 전설이나 신화, 그것도 우리와는 동떨어진 남의 신화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신에 지나지 않은 점성술이나 서양의 고대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라면 굳이 값비싼 천문대를 지을 필요도 없다. 우리의 미래는 밤하늘을 가르는 별똥별이 아니라 현대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결정된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미래의 과학자를 길러내고, 잃어버린 우리 문화를 되찾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값비싼 망원경을 통해서 별을 보는 이유는 그것이 과학의 눈으로 우주와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 이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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