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 바이올린'이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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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명기(名器) 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레드 바이올린'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녹음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33) 이 현실의 '잃어버린 명기'를 손에 넣었다.

벨은 지난달 30일 미국 댈러스의 한 악기점에서 171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스트라드) 를 4백만달러(약 52억원) 에 샀다. 그는 이 명기를 한 번 연주해본 뒤 홀딱 반해 '레드 바이올린'녹음 때 사용한 1732년산 스트라드를 2백만달러에 팔고 여기에 2백만달러를 더 보탰다.

'깁슨 스트라드'라는 별칭의 이 바이올린은 폴란드 바이올리니스트 브로니슬라브 후버만과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노버트 브라이닌의 손을 거쳤다.

후버만은 1911년 이를 빈의 호텔에서 잃어버렸다가 하루 만에 악기상에서 되찾았다. 하지만 36년 뉴욕 카네기홀 분장실에서 이 스트라드를 또다시 도둑맞았다. 이 명기는 이후 한동안 종적을 감췄다.

87년 69세의 한 노파가 로이드 보험을 찾아가 "남편의 친구가 이 악기를 카네기홀에서 훔쳐 악기상에 팔았고 그 이튿날 남편이 단돈 1백달러에 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노파는 딸이 낸 유산 분쟁 소송의 진행과정에서 "고인이 된 남편이 생전에 고급 시가를 주고 경비원을 매수한 다음 분장실로 몰래 들어가 그 스트라드를 코트에 숨겨 나왔다"고 실토했다.

보험사는 88년 브라이닌에게 이 스트라스를 1백20만달러에 팔았다. 벨이 이번에 산 게 그 악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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