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00억달러 중국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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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조용한 외교로 실리를 챙기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 정신이 없는 미국이 중국을 경쟁자로 보고 갈등을 빚는 사이 중국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슈뢰더 총리와 동행한 독일 기업 대표단은 중국 기업들과 30여건, 총 1백억달러에 달하는 합작.투자계약을 하기로 했다고 베이징(北京) 주재 독일 대사관 관계자가 1일 밝혔다.

제약업체 바이엘이 상하이(上海) 인근 차오징에 31억달러를 들여 화학공장을 건설하기로 했고, 화학업체인 바스프는 10억달러를 들여 상하이에 연구센터와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정보통신업체인 지멘스는 중국국영전력공사에 3억달러 규모의 송전시설을 판매키로 하는 등 3억5천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했다.

올 들어 세번이나 중국을 방문한 슈뢰더 총리의 세일즈 외교 덕에 중국이 에어버스 A-320 여객기 50여대를 구매하는 계약이 성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지난 1월 푸둥(浦東)공항에서 상하이 도심을 연결하는 33㎞의 자기부상열차 선로 공사도 수주했다.

독일은 경협 확대를 위해 갈등을 빚을 만한 일을 원천봉쇄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중국을 새로 부상하는 국제사회의 강국으로 평가한 뒤 "독일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디젤 추진 잠수함을 구입하기로 돼 있으나 디젤 잠수함을 생산하는 독일이 반대할 경우 무기 도입에 차질이 예상된다.

양국의 원만한 관계는 독일 기업들의 투자 성공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상하이공장은 외국 기업 중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에 속한다. 바이엘은 1990년부터 10년간 대만과 홍콩을 포함한 중국 매출이 연평균 17%씩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자본 및 기술력을 앞세운 독일과 값싼 노동력 및 시장을 갖춘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은 이미 유럽 제1의 중국 투자국으로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규모가 2백억달러에 이르러 2위인 영국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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