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가격 부담 건설사 외면 … 선착순 분양으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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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 천안지역 공동주택용지에 이어 상업, 준주거용지 분양이 진행 중이지만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아산신도시 천안지역 토지 분양이 경기침체와 공급가격 부담 등으로 분양률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단독주택용지(점포겸용) 분양 때 최고 478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뜨거웠던 분양열기가 새해 들어 싸늘하게 식으면서 지역 부동산 경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단독주택용지 분양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공동주택용지와 상업, 준주거용지 분양도 상당한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단독주택용지 공급 이후 진행된 공동주택용지(아파트) 분양이 건설사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용지 분양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천안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급격히 소진되면서 아산신도시 천안지역 아파트 공급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주민들은 향후 민간 아파트 건설 계획이 지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LH 아산직할사업단에 따르면 천안시청사 맞은편 공동주택 개발용지는 1-A4블록 4만3061㎡ 682가구(전용면적 85㎡이하 356가구, 85㎡ 초과 326가구)로 3.3㎡당 490만원, 전체 매각금액은 644억원에 이른다. 1-A6블록은 4만4583㎡ 705가구(전용면적 85㎡ 이하 354가구, 85㎡ 초과 351가구)로 3.3㎡당 385만원, 매각금액은 520억원 규모다. 1-A8 블록은 6만9016㎡에 1049가구(60㎡이하 539가구, 60㎡~85㎡ 304가구, 85㎡ 초과 254가구)로, 3.3㎡당 404만원, 매각금액은 844억원이다.

 하지만 이들 용지 매입에 관심을 가져온 건설사들이 분양가가 나온 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LH가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H는 이에 따라 당초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분양 방식을 전환했지만 여전히 계약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공공주택용지 분양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어 진행되고 있는 준주거용지와 상업용지 분양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12필지(1만㎡)를 분양하는 준주거용지와 24필지(1만9000㎡)를 분양하는 상업용지 가운데 준주거 4필지, 상업 6필지 등 10필지만 분양되는 등 절반 이상 분양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준주거·상업용지 분양률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준주거용지(920㎡~1만503㎡) 3.3㎡ 평균가격은 740만원 대로 필지당 공급 가격은 14억~24억원 규모다. 상업용지(640㎡~1만2003㎡)는 3.3㎡ 평균 980만원으로 필지당 가격은 17억~44억원으로 책정됐다. LH 아산직할사업단은 공공주택용지에 이어 준주거·상업용지 분양률마저 크게 떨어지자 기존 경쟁입찰 방식에서 선착순 우선분양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분양률을 크게 높이지는 못하고 있다. 분양률이 저조한 이유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현재 분양중인 용지의 공급가격이 주변 토지여건을 감안할 때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공주택용지의 경우 현재의 공급가격으로 용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건설하면 향후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고 분양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게 건설사들의 생각이다.

 건설업계는 현재의 공급가로 용지를 매입할 경우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평균 85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분양한 중소형급 아파트 분양가가 700만원 중후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분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 경기를 감안할 때 공급가격이 높게 책정돼 아파트 분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쉽게 용지 매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규모로 조성되는 아산신도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도 준주거 상업용지 분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LH직할사업단 관계자는 “공동주택용지를 포함해 준주거·상업용지 매입 시 선납하면 연 5.5% 할인혜택을 준다. 아직 도로 등 기반시설 공사가 초기 단계여서 어느 정도 기반시설이 조성되면 투자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분양에 들어가는 LH 아파트 분양도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대선에 따른 올해 부동산 정책과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향후 용지 분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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