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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경쟁자 … 가전 업종 아닌 다른 곳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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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윤부근

“전자업계에서 미래 경쟁력의 핵심은 새로운 ‘생활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놀이·경쟁·소통 같은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여러 가지를 아우르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삼성전자 가전(CE) 담당 윤부근 사장은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부터 전자산업의 ‘새판 짜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이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고 합종연횡도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글로벌 전자업계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패러다임 모색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삼성전자도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응전략으로는 ▶소프트 역량 강화 ▶비즈니스모델 다변화 ▶압도적 초격차 확대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번 CES에서 TV 시장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TV가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면서 ‘1인 1제품 시대’로 재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향후 TV 제조사의 경쟁 상대는 가전업종이 아닌 이종업종에서 나올 것으로 진단했다. 윤 사장은 “TV 기능이 변하면서 (애플이 갑자기 부상한) 모바일업계처럼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비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비스 역량 강화를 할 수 있는 외국 업체 가운데 이미 합병 서류가 넘어가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시가 늦어지는 점에 대해서는 “지금 수준으로도 양산이 가능하지만 시장 선도자로서의 신뢰성과 책임감 때문에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0만원도 넘는 TV를 소비자에게 건네려면 확실한 품질을 갖춰 그만한 가치를 함께 건네야 한다”고 말했다. RGB 방식이 대형 화면을 만드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기술적 난제는 언젠가 해결된다. 그게 혁신”이라고 답했다. 윤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5130만 대의 TV를 팔았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인 미국에서 삼성TV가 35년간 도전해 끝내 1위에 올랐다”며 “2015년엔 글로벌 시장 10년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쓸 수 있도록 다시 혁신하고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에 조직 개편 때 새로 맡게 된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일대 혁신을 예고했다. 그는 “방사선 문제 때문에 보건 당국이 1년에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2회 이하만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고정관념을 바꿔 방사선이 안 나오는 기기를 만드는 식의 혁신이 이뤄지면 의료기기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사장은 삼성의 생활가전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한 해 생활가전 사업을 뼈대부터 바꾸는 작업을 해서 상당 부분 진행돼 있다”며 “올 1분기 내에 멋진 것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라스베이거스=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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