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회의를 통한 대공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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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무회의는 어제「공산권에서 열리는 국제 회의에의 대표 파유」 및 「우리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회의에의 공산 국가 대표 입국 허가에 관한 건」을 각각 양해, 의결하였다.
이로써 우리 나라가 가입한 국제 기초 주최의 각종 국제 회의, 학술 회의 및 기술회의 등은 그 개최 장소가 비록 공산 지역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론 우리 대표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동종의 회의가 우리 나라에서 개최될 때도 공산 국가 대표의 우리 나라 입국이 원칙적으론 가능하게 됐다. 물론 국무회의 결정에는 없었으나 북괴, 동독, 월맹, 중공 등 분단 지역의 공산측에서 개최되는 회의나 이들 대표의 우리 나라 입국 문제는 계속 실무수준에서 종전과 같이 제한되리라 한다.
본란에서 이미 밝힌바 있듯이 이러한 제결정들은 우리 나라의 대외적 지위와 국가적 위신을 높이는데 있어서 획기적인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뒤집어 말한다면 우리 나라가 정부 수립 후 최초로 이와 같이 탄력 있는 대외 정책상의 새로운 원칙적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우리 나라의 국제적 지위가 안정·향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지금까지 비정치인 회합이요 순수 학술적인 모임이라 해도 그것이 공산지역에서 열린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우리의 참석이 부자연스럽게 제한되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결정은 적어도 우리 나라로선 매우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동시에 그 변화의 배경이 될 수 있었던 우리의 상승된 국제적 지위에 자신을 가질 만하다. 누가 보기에도 우리 나라가 앞으로 활발하게 공산권에도 진출하고 그들을 우리 나라에까지 입국시킬 때 가장 큰 좌절은 바로 북괴가 느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계속 신중을 다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지되어 있는 바와 같이 모든 과학의 전제로 공산주의 정치를 압도적으로 군림시키고 있는 것이 공산국가들이다. 공산주의 정치 앞에는 학문도 예술도 완전히 굴복될 뿐 아니라 언제 어느 때고 공산주의는 학문·예술을 정치의 종속물로 삼고 그 정치적 이용을 최대한으로 기도한다. 그것은 공산주의가 갖는 불변의 속성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록 학술회의에 국한하며 그것도 분단지역은 제외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 문제에 임하고 있으나 전기한 공산주의 속성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세심한 대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순수한 학술회의라 할지라도. 또는 우리 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국제 기구 행사라 할지라도 정치색이 있는지 없는지, 실질적인 주최국이 공산 국가냐 아니냐에 관해 끊임없이 분석검토하고 있어야 할 줄 안다.
그렇다고 물론 우리는 모처럼 정부가 자신을 갖고 능동적으로 대외적 국면 타개에 쏟으려는 노력을 위축시킬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가 처해있는 대내·외적인 위치의 미묘함에 비추어, 그리고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산주의 수법에 비추어 매사는 신중히 그때 그때의 조건에 따라 탄력 있게 처리해야 할 것임을 첨언해 두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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