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을 환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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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종교인에게도 과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물론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더라도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이 방침과 상관없이 천주교는 1994년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내고 있고, 일부 개신교 목회자도 자진 납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면세점 이하의 종교인이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이 소득신고를 하게 되면 차상위계층이나 빈곤계층에 포함돼 국가에서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또 교회 회계로 잡히지 않는 목회자에 대한 헌금 등을 어떻게 포착해 과세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원칙은 세수의 크기와 상관없이 종교단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형평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대다수의 종교인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 종교활동을 하고 있으나 일부 대형 교회와 사찰 주변에서 툭하면 종교인들의 비리가 터져 나와 종교인 전체가 매도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지난해엔 일부 대형 교회들이 빵집·카페 등 자체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아 지방자치단체가 무더기로 적발해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종교인 비과세 관행이 수익활동에까지 관습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번 안에 대해 대다수 종교인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종교인들이 세금항목인 ‘근로소득세’에 대해 불편함을 표시하거나 종교인 자율에 맡겨달라고 제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시행령을 통해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종교기관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를 통해 종교계는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의심하는 항간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종교인들의 명예를 실추하는 일부 악덕 종교기관의 세무조사 근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교인들은 이번 정부안에 적극 동참하고 종교기관의 투명성 제고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회적 신뢰회복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