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무원 노력에 미국 조지아주 '두 손'

미주중앙

입력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던 한국과 미국 조지아주 간의 운전면허 교환협상에 돌파구가 열려 관심을 끌고 있다.

조지아주가 협상 불가 태도를 바꿔 한국 운전면허 인정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오바마 정부 출범 후 한국 운전면허 소지자에게 미국 면허를 자동 발급해주는 주 정부가 급속도로 늘어 1월 현재 12개 주에 이른다. 하지만 유독 조지아주만큼은 남부 특유의 텃세와 까다로운 법 절차 때문에 우리 외교부가 협상의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왔다.

조지아주는 현지에 기아자동차가 진출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다른 주와 달리 운전면허 발급 요건이 주 법률에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 정부의 협상 제안을 한사코 거부해왔다.

해당 법률에 특정 국가의 운전면허를 인정하는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의 운전면허만 인정해주면 멕시코 등 다른 국가가 들고일어날 게 불 보듯 뻔하고 주류사회의 반(反) 이민 정서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도 협상 개시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조지아주는 인권침해와 위헌 논란 속에서도 지난해 불법이민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경찰의 영장 없는 검문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할 정도로 외국인을 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차갑다.

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외국인이 미국 입국 후 처음 찾아가는 관공서인 운전면허 발급소에서 직원이 외국인을 냉대하고 온갖 트집을 잡아 수모를 주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 정치권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김희범 애틀랜타총영사와 남부 최초의 한국계 의원인 박병진(공화) 하원의원의 끈질긴 노력 덕이 컸다는 데 이견이 없다.

김 총영사는 "어차피 안 될 일을 왜 하느냐"는 주위의 시선 속에서도 주 정부와 의회 실력자들을 수시로 만나는 등 집요하게 설득작업을 펴왔다.

박 의원은 2년 전 운전면허 시험을 영어로만 보게 하는 '잉글리시 온리(English Only)' 법안을 저지해 한인의 권익을 수호한 주인공으로, 이번 운전면허 협상 과정에서도 막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한 지도급 인사는 "조지아주의 '경제권력'이라는 현대차 그룹이 못하는 일을 한국 공무원들이 해보겠다며 뛰어다니는 것은 성공 여부를 떠나 평가받을 만하다"며 "모쪼록 협상이 잘 마무리돼 좋은 결실을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