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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생리불순에 여드름 나면 내분비 질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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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최근 진료실에 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찾아왔다. “임신인지 궁금해서 왔어요.” 이 여성분은 평소에 두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한다고 하면서 더 늦어지는 생리 때문에 걱정돼서 왔다고 했다. “생리를 두 달에 한 번씩 해서 편해요”라는 얘기까지 했다. 그래서 먼저 문진 전에 전체적으로 여성의 외형적인 모습을 살펴봤다. 키에 비해 상당히 뚱뚱한 편이었고 얼굴에는 여드름이 많이 나 있었다. 코 주변과 손등에는 털이 많이 나있는 상태였다.

 위 여성을 살펴본 결과 전형적인 다낭성 난소증후군 증상을 보였다. 정상생리란 주기가 20~40일, 기간은 7일 이내, 양은 패드로 하루에 5개 미만일 때를 말하며 그 외에는 비정상 생리, 생리불순으로 간주한다. 여기에 덧붙여 남성호르몬과잉증상(여드름, 남성형 털)이 있다면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볼 수 있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의 4~7%에서 발생하며 가임기 여성의 가장 흔한 내분비 질환으로 난소에서 필요 이상의 남성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부인과 초음파를 통해 난소에서 다낭성 난소를 볼 수 있으며 호르몬 검사를 통해 갑상선 질환이 배제된다면 진단이 된다. 이 과량의 남성호르몬에 의해 여드름이나 남성형 털이 나게 된다. 주 증상으로 20~30대에는 배란을 억제해 만성 무배란을 일으키는데 그 결과로 생리불순, 불규칙한 질출혈, 불임을 일으키며 40~50대 여성에게는 당뇨, 고혈압, 대사 증후군, 심장 질환, 자궁내막암, 유방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데 그 이유로는 이 질환 여성에게서 인슐린 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이 동반된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의 약 60%가 비만이라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의 서구화된 식습관, 패스트푸드, 스트레스 등이 이 질환의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호르몬 질환은 만성질환으로 초기에 발견 및 치료를 해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식습관 변화(야채나 섬유질 풍부음식) 및 체중감량이 중요하다. 단순 체중감량 만으로도(본인 체중의 약 5%) 여러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약물치료가 병행돼야 하는데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며 임신을 계획 중 일 때는 약을 끊고 배란 유도제를 먹음으로써 임신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내과적 합병증이 생기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여성에게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생리를 해야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생리불순과 더불어 여드름이 나거나 다른 이에 비해 털이 많다고 느낀다면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김정만 삼성미즈여성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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