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 교체기 황야를 떠도는 칼잡이들의 애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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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도』는 명.청 교체기인 17세기 청나라를 배경으로 삭막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황야를 떠도는 칼잡이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쉽게 말해 조선이 잃어버린 요동 땅 회복이란 주제를 다루는 한국적 무협소설 장르라 할 수 있다.

이야기의 큰 줄기를 엮는 등장인물은 청나라로 끌려간 조선인 무린.해동청.백추상, 청나라에 빼앗긴 명나라를 되찾자는 복명회 소속 용부인, 외팔이, 비적 떼의 산호접, 청나라 총병부의 감찰사령 타르간 등. 이들 모두에겐 출생과 성장의 비밀에서부터 적과 동지의 엇갈리는 운명을 펼쳐가는 과정까지 영웅적 특색이 가득하다.

얼른 보아 영화 '무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야도』는 무협 소설이 빠지기 쉬운 엉성한 플롯과 개연성 부족 등을 한 차원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는 무협 소설의 쉽게 읽히는 맛에 더해 칼잡이란 야성적 인물들의 내면 풍경에서 삶 자체의 비극성과 모험성을 길어올리는 작가의 힘에 기인한 것이다.

소설가 구효서씨는 "호쾌하면서도 비장미 넘치는, 이 환상적인 시대극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어둠 속에서 탄생되었는지도 모른다"고 평하고 있다.

저자 박현은 1995년 문학평론가 백낙청씨의 추천으로 '창작과비평' 봄호에 '달은 결코 도자기처럼 부서지지 않는다'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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