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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XP 내일 화려한 출시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소프트는 드디어 내일 기다리던 차세대 운영 시스템 윈도우즈 XP 를 공식 출시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그리고 회사의 막대한 홍보 가운데 출시되는 XP 가 PC 산업을 슬럼프에서 구제하는데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사들은 기업이나 소비자부문의 PC 수요 저하로 인해 최근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제의 수축은 지속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으며 이와함께 기업들은 지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타 클라라 소재 시장 리서치 업체 기가 인포매이션 그룹의 애널리스트 로브 엔덜은 "XP 의 출시가 없다면 12월 분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나 XP 역시 회복의 시장회복의 촉매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XP 의 출시를 지난 1995년 이후 모든 소프트웨어 진보 역사에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그룹의 짐 올킨 사장은 XP 의 출시를 흑백 TV 에서 칼라 TV 로의 전환에 비유하고 있다.

보안성 향상, 사용자와 보다 친근한 인터패이스, 충돌 가능성의 급격한 감소 등 모든 면에서 XP 는 월등히 뛰어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전 OS 시스템에 인스턴트 메시징, 무선 네트워킹, 디지털 포토 프로세싱 등의 새로운 기능을 접목시키며 시스템의 영역을 확장시켜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국면의 전조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XP 가 가정용과 사무용 모두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P 가정용과 XP 프로페셔날의 두가지 버전을 선보이게 되지만 일단 마돈나의 "Ray of Light" 이라는 노래를 앞세운 초기 마케팅에서 주 타겟은 일반 소비자들과 소 기업들이 되고 있다.

회사의 이같은 움직임은 가정에서 PC 를 사용하는 대부분 일반소비자들이 여전히 상당히 구 버전의 OS 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 이들의 XP 업그레이드를 통해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데 따른 것이다. 또 일반소비자들은 신 기술에 대해 보다 빠른 구매 양상을 보이는데 반해 기업들은 의사 결정에 통상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 95를 선보이며 누릴 수 있었던 수요의 급격한 증가나 소매점에서 줄을 잇는 모습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XP 를 갈망하고 있던 소비자들은 이미 한달여간에 걸쳐서 델 컴퓨터나 게이트웨이 같은 PC 업체들의 신제품에 묶여나오는 제품들을 접할 수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목요일 제품을 정식 출시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그저 업그레이드 버전의 포장에 포장만 입혀 내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암흑기로부터의 탈출

마이크로소프트와 PC 업체들은 또 소비자들에게 이번 XP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6년전 윈도우즈 95 의 출시때보다 더욱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XP 의 새로운 기능들이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2년이상된 PC 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해 새로운 PC 를 구매해야 한다.

컨넥티컷 주 스탬포드에 위치하고 있는 리서치 업체 가트너 그룹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실버는 "윈도우즈 95 의 출시 당시 사람들은 이전 버전의 제품들을 컴퓨팅의 암흑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반응을 나타내며 업그레이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XP 역시 이전 버전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OS 업그레이드를 위해 시스템 전체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아예 PC 를 새로 구입할 만큼 강한 인식을 심어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올해도 연말 대목 시즌은 다가오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가용 소득은 줄어든데 반해 디지털 카메라, 핸드폰으로부터 역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롭게 내놓는 X 박스 게임 콘솔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너무나도 많은 첨단 기술 제품들이 시중에 나오고 있다.

가트너 측은 XP 와 관련해 무려 5억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마케팅 융단 폭격이 다소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올해 신규 PC 판매는 지난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버는 "윈도우즈 XP 가 PC 업체들로 하여금 경제 둔화기의 벽을 넘기며 정상수준으로 복귀 시킬 만큼의 능력은 보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초기 타겟을 일반 소비자 층으로 잡은 또하나의 이유는 윈도우즈 2000 프로페셔날에 대한 기업 수요와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다. 윈도우즈 2000 프로페셔날은 지난 2000년 2월에 출시되며 강한 매출을 불러일으켜 왔다. 윈도우즈 2000 은 지난 9월 분기중 판매된 전체 운영시스템 중 거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나타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려운 PC 업계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나 매사추세츠 주 플래밍험에 위치한 시장 리서치 업체 IDC 의 애널리스트 로저 케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비자들의 저조한 관심 가운데 XP 의 마케팅이 들어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케이는 "전반적인 경제에 대한 우려와 국가 보안에 대한 우려로 인해 소비자 부문이 상당히 둔화되어있다."고 말한다.

지난 1999년말 성수기때 전체 PC 매출의 절반정도를 차지했던 일반 소비자 구매는 현재 전체의 1/3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 것의로 케이는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히려 다소 느리지만 강한 업그레이드 싸이클을 맞고 있는 기업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기가의 엔덜은 "현재 내년도 예산이 고정되어있는 상황에서 XP 를 기업부문에서 부각시키자니 윈도우즈 2000 이 타격을 받게 되고 그렇다고 XP 의 강력한 프로모션을 포기하자니 2002년 전체 성장이 타격을 받게 되는 진퇴양난의 입장에 빠져있다."고 설명한다.

엔덜은 "현상황으로 볼때 기업부문에서 XP 에 대한 큰 수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업그레이드 사이클의 둔화

일부 기업들은 현재 새로운 운영시스템의 평가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업그래이드를 서두르고 있는 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애널리스트들이나 회사측은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전반적인 경기 둔화 가운데 제한된 자본 지출 계획을 놓고 보안이나 백업 설비 등에 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지멘스의 자회사이자 기업들의 이같은 종류의 의사결정에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멘스 비즈니스 서비스의 CEO 존 맥케나는 일부 기업들이 아직도 이전버전으로부터 윈도우즈 2000 으로의 전환 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이 작업이 완료되기 이전에는 XP 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윈도우즈 2000 으로의 업그래이드 계획이 없었던 기업이라면 XP 로의 직접적인 업그래이드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미 계획을 진행중이었던 기업들은 기존 계획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맥케나는 덧붙이고 있다.

스프린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통신 서비스 업체인 스프린트는 자사 직원들의 PC 표준 OS 를 윈도우즈 NT 로 사용해 왔으며 현재 무려 80,000대에 달하는 자사 데스크 탑의 OS 를 윈도우즈 2000 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신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테스트하고 기술 계획의 책임을 맡고 있는 스프린트의 고위 간부 로린 올슨은 "지난 몇달간 XP 에 대한 평가와 이의 사용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왔으나 목요일 이 제품의 상용 출시 직후 바로 제품을 도입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패스트 푸드 체인점 잭 인 더 박스로부터 투자은행인 메릴 린치에 이르기까지 몇몇 기업들은 일찌감치 XP 를 적용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있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데스크 탑 중 15만대 가량이 이미 XP 를 돌리고 있으며 100만대 이상이 예약해 놓고 있는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IDC 의 케이는 이 정도 수치는 미약한 수준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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