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테러 방지에 방사선처리법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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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탄저균 등에 의한 생물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방사선 처리법을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생명공학연구팀은 원자력연이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방사선 조사(照射)기술을 탄저균 등에 의한 생물테러 방지에 활용하는 방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보건원 등 국내 관련기관과 협의중에 있다고 25일 밝혔다.

미국의 경우 우정공사(USPS)를 통해 배달되는 우편물이 탄저균 테러에 이용됨에 따라 10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우편물 등에 방사선을 조사, 탄저균을 박멸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지난 23일 밝힌 바 있다.

원자력연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탄저균(Bacillus anthracis)은 열이나 화학물질에 매우 강한 저항성을 갖는 `내생포자'를 형성하는 미생물로 섭씨 100℃에서 가열해도 살균이 어렵다.

그러나 탄저균을 포함한 바실러스 속 미생물에 감마선을 조사할 경우 화장품이나 의료용구, 환자들의 식품, 우주비행 식품 등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인 20-30kGy(방사선 선량단위)만으로도 완전 살균이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특히 이처럼 소량의 방사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제품의 손상과 독성물질의 생성, 잔류가 없이 밀폐된 포장상태에서도 미생물만을 선택적으로 살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연은 현재 이 같은 감마선 조사기술을 경기도 여주의 한 중소기업에 이전, 식품처리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팀 변명우 박사는 "지난 1년여간의 연구결과 방사선 조사를 통해 탄저균 등을 없앨 수 있는 세계수준의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며 "탄저균 뿐만 아니라 천연두, 페스트균 등에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공동 추진체 구성과 함께 관련법규 등의 제.개정 및 대규모 시설, 전문기술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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