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한·일전 다음달 동남아서 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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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이 한류 붐에 맞서 동남아 지역에 대한 대중문화 수출을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일본의 인기 드라마와 대중가요, 애니메이션, 정보 프로그램 등을 현지 방송국을 통해 공격적으로 방영하겠다는 것이다. 니혼TV와 TBS 등의 출자로 2011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일본 콘텐트 전문 케이블 TV ‘재팬 채널’(가칭)은 올 2월 정식 개국해 방송을 시작한다.

  ‘쿨 재팬(Cool Japan)’이란 문화 수출 프로젝트를 내걸고 있는 일본 정부는 번역과 자막 작성 등에 필요한 보조금을 ‘재팬 채널’에 우선 지원한다. 이어 올가을쯤 설립예정인 800억 엔(약 9700억원) 규모의 관민출자 펀드 ‘쿨 재팬 펀드’를 통해서도 자금과 경영에 대한 측면 지원에 나선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싱가포르 외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지로 방송 영역을 점차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본 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TV방송국·광고회사 등이 출자해 현지에 방송국을 설립하고, 정부가 관민펀드를 통해 출자 또는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동남아시아는 일본의 최고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의 1호 해외 자매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탄생하는 등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 때문에 일본의 첫 번째 목표가 됐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건 한류 붐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요미우리는 “일본이 라이벌로 여기고 있는 한국의 경우 정부가 1997년부터 드라마와 K팝의 해외수출에 주도적으로 나선 결과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 상승과 관광객 증가라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역시 대중문화 전파가 일본 제품 수출증대와 관광객 유치 효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TV프로그램을 동남아지역에 집중적으로 방영하는 동시에 완구·화장품·의류 등 관련 상품의 판매와 유통망 정비에 함께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달 출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 정권 역시 일본 경제 재생의 한 축으로 ‘쿨 재팬’ 사업을 지목할 만큼 대중문화 수출에 열성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1년 2조3000억 엔(약 28조원)이던 관련 시장 규모를 2020년엔 5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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