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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복마전|「크렘린」을 공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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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복마전이라고 불려지던 소련의 「크렘린」궁전이 정반대로 공개적인 관광지로 변모해 간다는「전설 같은 그러나 엄연한 사실의 얘기」가 철의 장막을 뚫고 흘러나왔다.「모스크바」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15세기의 신비스런 성곽으로 둘러 싸여있는 웅대한 중세식 건물, 「크렘린」궁전에 자유로이, 출입하는 것을 허락하고 「러시아」제국의 옥좌, 왕관 및 숱한 비장의 역사적 예술적인 보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소련사람에겐 위대한 영웅으로, 서방세계서는 독재자로 악명 높았던 「스탈린」이 집권하자마자 정부청사를 「크렘린」궁전으로 이전, 세계공산혁명을 이룩하기 위해 기밀을 유지해야한다는 명분 하에 이 궁전을 철통같은 비밀의 장막으로 덮어버리고 말았었다.
궁전주변의 긴 성곽엔 온 세계사람이 두려워하는 비밀경찰의 검은 그림자가 떠날길 없었고 무단출입을 방지하는 전기식경보장치를 교묘하게 해두어 그야말로 외부세계와는 철의「커튼」을 쳐버렸었다.「흐루시초프」시대에 와서 반 「스탈린」정책의 여파로 반쯤 열린 비궁의 문이 이제는 활짝 열렸다. 신비를 찾아서는 모험도 무릅쓰는 열정의 외국인관광객들은 벌써 「모스크바」시민 속에 섞여 비궁의 전설을 뒤져보려고 유서 깊은 「크렘린」기념탑 앞에 몰려온다.
그러나 이러한 소련의 이색진 자유분위기도 지난날의 무서운 감시를 완전히 없었다고는 볼 수 없겠다.
「크렘린」안에는 정부청사와 수상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는데 반구형의 천장으로 덮여져 있으며 지붕 맨 위에는 소련혁명의 아버지라는 「레닌」의 지시로 게양된 소련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 「거대한 권력의 회랑」이 철망이나 총으로 경비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이곳을 방황하는 자는 경찰에 심문 당하기가 일쑤다.
「크렘린」궁전안팎은 음산한고 요속에 잠겨있다.
「코시긴」수상의 회의실은 검소가 지나쳐서 오히려 너무 「간소한 꾸림」이라고 비난받을 듯 하니-수수한 색채로 물들여진 길다란 회의용 「테이블」이 방을 가로질러 놓여있고 몇 개의 안락의자, 그리고 작은 책상, 작은 책장이 있을 뿐이다.
현재 소련지도자들은「크렘린」궁전 밖으로 나가 「레닌」묘지 옆에 있는 「아파트」나 별장에서 살고있다. 이 별장 「아파트」는 종종 유명한 외국인손님의「리셉션·롬」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국의 국가원수가 국빈으로 방문할 경우는 「크렘린」안에 있는 특별궁에 숙박시키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그런데 최근의 재미있는 일은 「가나」의 「응크루머」대통령이 지난날의 방소 때는 이 특별궁에 기숙했는데, 최근의 「쿠데타」로 실권을 상실한 후 방문했을 때는 「레닌」묘지 옆 「리셉션·센터」로 안내되었다는 것. <조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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