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현대증권에 5개항 새 조건 제시

중앙일보

입력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과 현대증권 사이의 출자 협상이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22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AIG는 지난달 현대증권.현대투신증권과의 본계약 협상을 앞두고 다섯개 항의 출자전환 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나왔다.

AIG는 우선 주당 7천원에 발행하고 연 5%를 배당하기로 한 현대증권 우선주 신주의 배당 기준을 액면가가 아닌 발행가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투자 1년 뒤 배당을 못하면 우선주를 발행해 주식으로 배당하고,우선주는 1년 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G는 이와 함께 5년 뒤 투자 원금을 현금상환해 줄 것과, 현대증권이 현대투신증권에 재투자하는 4천억원어치의 주식을 5년 뒤 액면가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요구했다.

이런 요구가 다 받아들여질 경우 AIG는 해마다 출자액의 5%에 달하는 고정 수익을 확보하면서 5년 뒤 투자 위험(리스크)을 지지 않고 콜옵션 행사를 통해 많은 차익을 얻을 가능성을 함께 확보하게 된다.

현대증권은 AIG측이 미 테러 사태 이후 현대증권 주가가 떨어져 당초 약속한 7천원에 신주를 인수해도 수익을 낼지 불투명해지자 무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발행가를 7천원으로 하향조정한 데 대해서도 법적 시비가 있는데 또다시 회사 이익에 반하는 조건으로 변경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AIG 실사팀에 대한 경영 설명회를 무기 연기했다.

현대증권의 한 임원은 "AIG의 요구는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증권의 경영 개선을 위해서라는 당초의 출자 취지와 거리가 멀다"며 "새로운 협상 파트너를 찾거나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하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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