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70대 한인 집주인…세입자 2명 총격 살해

미주중앙

입력

29일 메인주 비드포드시의 한 주택에서 한인 제임스 박(74)씨가 세입자 2명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이튿날 오전 사건 현장인 박씨의 집 앞에서 경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포틀랜드 프레스 헤럴드 제공]

70대 한인 집주인이 말다툼 끝에 세입자 2명을 총격 살해한 뒤 경찰과 대치극 끝에 체포됐다.

주류 언론들은 동부 메인주의 작은 마을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샌디 훅 초등학교 참사’와 연관지어 또 ‘끔찍한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메인주 경찰국에 따르면 29일 오후 10시쯤 비드포드시내 17소코키스 로드에 있는 2유닛 주택에서 뒷채에서 제임스 박(74)씨를 체포했다. 박씨는 앞채에 살던 데릭 톰슨(19)과 톰슨의 여자친구 알리비아 웰치(18)를 권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주택 진입로에서 주차문제를 놓고 톰슨과 웰치와 말다툼을 벌였다. 톰슨과 함께 사는 어머니 수전 존슨(44)이 경찰에 신고했고, 3시간 뒤인 7시쯤 경찰에 도착해 양 당사자들에게 주의를 준 뒤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순찰차가 현장을 떠난 지 불과 3분 뒤 총격이 발생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씨는 경관들이 돌아간 직후 톰슨의 집으로 들어가 총격을 가했다. 톰슨과 웰치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존슨씨도 총상을 입었다. 경찰은 현장 도착 직후 침대 뒤에 숨어있던 존슨씨와 막내아들(7)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존슨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직후 박씨는 경찰과 3시간 동안 대치하다 오후 10시쯤 건물 앞 주차로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박씨의 권총 한 자루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 지역에 내린 폭설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주차로의 눈을 치우는 문제로 말다툼이 시작됐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더 자세한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현재 모든 사건의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평화로운 소도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이웃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박씨에 대한 이웃들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얼마전까지 앞집에 거주했다는 한 남성은 “세입자들이 박씨와의 마찰 때문에 1년도 못살고 집을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박씨가 비드포드로 이사 오기 전 거주했던 버몬트주 러틀랜드 헤럴드시의 이웃 브렌트 커티스는 “박씨의 체포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정말 인정 많고 덕망 높은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박씨가 운영하는 조경업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씨는 한국전쟁 당시 부모를 잃은 고아로 지난 1964년부터 2006년까지 버몬트주 러틀랜드에서 석공예 및 조경업 비즈니스를 40년 가까이 이어 왔다.

또 최근 비드포드로 옮겨 온 뒤에는 ‘코리안 양키 랜드스케이프(Korean Yankee Landscape)’라는 조경업체를 운영 중이었다. 비드포드는 포틀랜드에서 남동쪽으로 20마일 떨어진 인구 2만1000명의 소도시다.

김정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