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어퍼컷] JTBC ‘히든 싱어’ … 내 귀를 의심했다 모창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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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가수의 목소리와 창법 하나하나에 이처럼 집중해 들은 적이 있었나. 남을 흉내 내는 일 정도로 낮춰봤던 모창의 힘을 재발견하게도 됐다. JTBC ‘숨은 가수 찾기- 히든 싱어’ 얘기다. 21, 28일 박정현, 김경호 편이 잇따라 방송된 후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히든 싱어’는 오리지널 가수와 모창 실력자들이 가려진 무대 뒤에서 한 소절씩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면, 100명의 청중단이 라운드마다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이다. R&B여신 박정현 편에서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인 14세 여중생 오하늘, ‘고음종결자’ 김경호 편에서는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김경호를 동경하다 가수가 된 원킬 등이 눈길을 끌었다.

 ‘히든 싱어’는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을 주도한 ‘나는 가수다’ 이후 전혀 새로운 포맷이라는 평가다. 모창가수(아마추어)와 원조 가수(프로)를 한 무대에 세웠고, 시청자들은 블라인드 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숨을 죽이게 된다. 가수의 목소리, 창법, 발음, 호흡법 등에 집중하게 되는 색다른 경험이다. 진짜·가짜를 찾아내고, 누가 더 잘하나를 따지기에 앞서 해당 가수의 음악성에 몰입하게 된다.

 또 시각적 정보 없이 단지 귀로 듣기만 했을 때 청각의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착각을 잘 하는지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시청자 김경민씨는 “팬이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헷갈렸다. 내가 그 가수의 목소리를 진짜 잘 알고 있었던 게 맞나 자문하게 됐다”고 했다.

모창가수와 진짜 가수가 블라인드 노래 대결을 벌이는 JTBC ‘히든 싱어’ 2회 출연자인 김경호(왼쪽)와 MC 전현무. 김경호는 ?자신보다 더 자신 같이 노래하는 출연자들의 등장에 놀랐다?고 말했다. [사진 JTBC]

 모창을 ‘스타킹’ 류의 튀는 재능이 아니라, 음악적 실력으로 접근한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조승욱 PD는 “따라 한다는 건 좋아한다는 것이고, 그만한 가창력이 뒷받침할 때 가능한 것이다. 진정한 음악적 고수들”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편에 나왔던 한 참가자가 “박정현의 오랜 팬으로 노래를 많이 따라 불러왔다. 한 무대에 선 것만도 영광이고, 언젠가 선후배 가수로 또 같이 서고 싶다”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조PD는 “박정현의 ‘꿈에’가 6분짜리 대곡인데 4분 동안 가수 얼굴 없이 노래만 나가는 것을 시청자들이 참을 수 있을까 우려도 했다”며 “‘보는 음악’의 시대에 3~4분 집중해서 ‘듣는 음악’이 TV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히든 싱어’는 파일럿(시험제작)으로 방송된 박정현·김경호 편에 이어 내년 초 8~10편 내외의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JTBC 홈페이지(jtbc.co.kr)에서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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