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파티]돌아온 '힙합국가대표' CB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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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진짜'가 수록된 데뷔앨범으로 비주류 힙합의 한계를 단숨에 뛰어넘었던 트리오 CB매스가 세련미를 더한 2집과 함께 돌아왔다. 부드러운 그루브를 강조한 '휘파람'을 첫 타이틀로 내세운 새 앨범은 한국 힙합의 대표로 부상한 이들의 위치를 더욱 확고하게 다져줄 수작이다.

CB매스의 힙합은 흉내내기에 급급하고, 혹은 돈으로 치장한 가볍기 그지 없는 일부 가수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탄탄한 기초 위에, 전작의 성공에서 얻은 여유를 음악적 고민으로 투영해 한 층 성숙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일견 1집의 강렬함이 사라진 듯도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랩과 반주에 살아있는 섬세한 힘이 느껴진다. '휘파람' 외에도 '흔적' '셋부터 넷' '젠틀맨 퀄러티' 등 수록곡 모두가 다채로운 개성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도회적인 매력의 가수 이현우도 긴 산고 끝에 7집을 선보였다.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해낸 이번 앨범에서도 블루스와 팝 발라드는 즈, 펑키 록, 하드코어 등 다양한 장르에 '이현우'만의 개성을 담아내고 있다.


타이틀 곡 '디 엔드'는 스산한 늦가을에 어울리는 이별 노래. 라틴 기타와 가성을 사용한 보컬이 이색적인 '슬픈이야기'도 마지막까지 앨범의 얼굴로 경합을 벌였던 곡이다.

보사노바 '아 윌 비 더 맨'과 빅밴드 풍의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현우의 목소리와 재즈의 어울림이 썩 듣기 좋은 곡들. 마지막 트랙의 '까시나무'는 시인과 촌장, 조성모가 불렀던 '가시나무'를 하드코어로 리메이크했다.


1998년 데뷔작 '귀가 세개 달린 곤양이'로 충격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황보령의 새 앨범 '태양륜'도 주목할만하다. 얼터너티브와 포크 등이 뒤섞인 몽환적인 사운드에 '우주' 등을 읇조린 가사는 신비감을 더한다.

90년대 중반 홍대 앞 언더그라운드에 홀연히 나타나 팬들을 매료시켰던 황보령은 중학교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화가가 된 이력을 갖고 있다. 방랑자적인 삶과 그 과정에서 접한 다양한 음악들은 뚜렷한 개성을 지닌 그녀만의 것으로 다시 변성됐다.

첫 트랙의 '오래 전에'는 지난해 영화 '봉자' 사운드트랙에서 함께 작업했던 이상은과의 교감이 느껴지는 모던 포크. 사이키델릭한 보컬이 인상적인 '우주'도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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