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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리뷰] 로보캅- 기계가 되어버린 남자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공각기동대와 총몽의 방식으로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이미 인간으로서는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체와 함께 머리속의 메모리속에 생전의 기억이 연속성있게 기록되어, 죽음 이후의 기계적 삶을 인식치 못한채 나 자신이 완전한 인간인 것으로, 혹은 최소한 정신만은 인간으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면 '나'는 인간인 것일까요?

영화 '블레이드러너'에세 레이첼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였지만 결국 레플리컨트였음에 괴로워합니다. 자신이 믿고 있었던 기억마저 사실은 자신의 기억이 아니었던거죠.

그렇다면, 자신의 온전한 인간이었었던 때의 기억은 가지고 있으나 자유의지는 가지고 있지 못한 로보캅 머피는 어떤 존재일까요? 그는 로봇으로 불리워져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자신이 마지막에 말한 것처럼 머피로 불리워져야 할까요?

대부분의 SF영화에서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를 고려할 때, 자유의지라는 것은 더 이상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하는 단어가 되지 못하므로 비록 자유의지는 없지만 인간으로서의 기억은 가지고 있는 로보캅은 당연히 인간이라고 간주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기억이나 정신이란 것 자체가 인간과 기계를 구별하기엔 이미 너무나도 가벼운 개념이 되어버렸으므로 로보캅은 단지 인간의 육체를 이용하여 탄생되었음을 생각하고 인간으로 보는 관점이 맞을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제 자신이 오히려 서글퍼 지는군요. 미래에는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기준이 '기억'밖에는 없는 것일까요? 로보캅의 시나리오 작가인 에드 뉴마이어는 크라테리언사의 로보캅버젼을 위한 95년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블레이드러너'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로보캅'이 제목에서 주는 어감과는 달리 B급 SF가 되지 못하고 많은 관객들에게 통쾌함과 더불어 애절함을 준 까닭도 감독이 로보캅의 이러한 부분에 주안을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감독은 인간 머피가 가졌던 낙원을 잃어 버린 기계의 슬픔을(실락원) 시나리오에서 재발견하고 결국 이 작품의 촬영을 위하여 네델란드에서 헐리우드로 넘어왔습니다. 자신의 이전까지의 필모와는 전혀 다른 작품을 위해서 말입니다.

▶ 로보캅 (RocoCop)

로보캅의 메뉴화면과 오프닝씬입니다. 오프닝씬만 제외하곤 영화는 디트로이트가 아닌 달라스에서 86년 8월초부터 10월말까지 촬영되었습니다.

감독의 다음작품이 필립 K 딕의 단편에 토대를 둔, '토탈리콜'이었음을 상기한다면 '로보캅'은 필립 K 딕 원작의 두작품 (블레이드러너와 토탈리콜)사이에 존재하는 영화가 되는 셈입니다. 그 두 작품 모두가 인간의 기억을 주된 소재로 사용하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로보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주된 소재 또한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헐리우드로 오기전 '터키쉬 딜라이트'나 '포스맨'류의 작품을 주로 연출해왔음을 생각해볼 때, 감독의 작품선호도가 과연 '원초적 본능'과 같은 작품에 있는것인지, 아니면 '스타쉽 트루퍼스'와 같은 SF작품에 있는것인지 판단하기기 힘드네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최근의 '할로우맨'까지, 감독은 헐리우드 진출이후 '쇼걸'과 '원초적본능'을 제외하곤 모두 SF영화들이 매거폰을 잡았다는 겁니다. 이것은 그가 수학물리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을런지도 모릅니다.

85년 감독이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로보캅'의 연출을 고사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죠. 물론 폴 베호벤 (네델란드사람들은 그를 '폴 버번'정도로 발음을 하고 있지만, 통상 우리가 발음해왔던 식으로 표기하겠습니다. 제가 만나봤던 네델란드 사람들은 폴감독을 변질되었다고 이야길 하더군요. 그의 헐리우드 이전의 작품들이 훨씬 더 좋았다고 말입니다.)만이 그 작품을 고사한 것은 아니고, 미국의 대부분의 메이저감독들이 연출거부를 한 뒤, 제작사 오리온에서 유럽감독에게까지 부탁을 한 것이 폴이었습니다. 하지만 폴의 아내가 시나리오를 다른 관점에서 볼 것과 작품연출을 요청하여 결국 감독은 네델란드를 떠나 자신의 헐리우드 진출작을 86년의 여름부터 달라스에서 촬영하게 됩니다.

여자경찰도 남자와 함께 같은방에서 착의를 하는 장면입니다.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던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남녀간의 성구분이 거의 없어진 미래사회를 그리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되었습니다.

여경인 앤 루이스 역시 머피의 조력자라고 하기보단 극중역할처럼 파트너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TV프로그램 (뉴스)을 영화의 중간중간에 삽입한 것도 스타쉽 트루퍼스와 비슷한 점중의 하나입니다.

성구분의 모호함. 더 나아가서 히로인의 등장은 사이버펑크물의 전형중의 하나입니다.

ED-209의 첫 등장장면입니다. ED는 Enforcement Droid를 의미하지만 시나리오 작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Edward Neumeier) 에드 뉴마이어는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또다시 감독과 함께 작업하게 됩니다.

영화속에서 가장 실감나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부분이죠. 그리고 잔인한 장면으로 몇초가 편집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ED-209의 목소리는 재미있게도 제작자인 존 데이비슨의 목소리를 변조한 것입니다. 감독과 함께 코맨터리에 참여하고 있는 그의 실제목소리와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을정도로 (심지어는 그의 어머니조차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변조되었습니다. 그리고 위협적으로 들리는 맹수의 소리는 레오파드입니다.

'로보캅'의 영화장르는 어디에 속해 있을까요? SF입니다. 당연하죠.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좀더 세분화시켜 웨스턴 사이버펑크로 규정짓고 싶습니다.

'로보캅'의 기본적인 줄거리 토대는 웨스턴입니다. 무질서한 마을에 악당들이 있고,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한명의 영웅이 이들 악당을 섬멸하고는 그 마을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은 '로보캅' 머피의 총돌리기와 현란한 총질과 함께 이 작품을 SF 웨스턴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이후에 국내에서도 공론화된 사이버펑크는 정확한 정의조차 아직까지 확립되어있지 않은 개념이지만, 이제까지 다루어지면서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진 객관적 그리고 주관적 소재들로 미루어 볼 때, 로보캅은 과히 교과서적인 사이버펑크물입니다. 하이테크로 대변되는 OCP와 로우테크로 대변되는 디트로이트의 뒷골목. 국가보다는 OCP라는 거대기업에 의하여 지배 되어지고있는 근미래사회와 또한 거부감의 대상이 되는 전체주의적 거대기업. 기계로 인한 인간의 신경계통에 대한 간섭 혹은 제어로 인간능력과는 다른 능력을 갖춘 존재의 등장. 문화적 이분법과 남녀평등. 그리고 자유의지의 문제등. 로보캅은 아예 타이틀에서부터 사이버펑크적 출발을 보입니다. (로보(기계)와 캅(인간)의 결합).

극중에서 머피와 로보캅의 닮은 습관이 연출됩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CF의 주인공처럼 총을 돌린후 총집에 집어넣는 습관과, 출동시 경찰차의 아랫부분이 지하주차장의 바닥을 긁는 부분 (이장면은 머피의 습관과의 연관성이 약하지만, 관객들은 은연중에 연관짓고자 합니다.) 그리고 갱단들에게 외치는 대사가 있죠. '"죽거나 살거나, 넌 나와 같이 간다."

머피의 죽음장면입니다. 클레런스는 머피의 손목을 잘라놓는 것으로 죽음의식의 테잎을 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머리를 쏨으로써 그의 숨통을 끊습니다.

극장에선 등급문제로 편집되었던 장면들입니다.

크라테리언사에서 발매된 '로보캅' DVD는 극장판에 비하여 1분가량 상영시간이 깁니다. 이전작품에서부터 잔인한 장면들을 즐겨 연출하였던 감독은 (그는 코맨터리에서 "People like violence"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로보캅'에서도 역시 그러한데요, 미국영화협회 (MPAA)로부터 영화를 편집하지 않는다면 X등급을 내리겠다는 엄포를 ORION제작사는 듣게 되죠. 비록 자체 시사회에서도 '너무 공격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지만 애초 목표하였던 R등급을 받기위하여 MPAA에게 8번의 등급 재심사의뢰를 하여야 하였으며 그 결과 1분가량이 편집되게 되었습니다. 편집된 부분중에서 잘 알려진 장면은 중역회의에서 첫 소개되는 ED-209에 의하여 죽게되는 젊은 중역의 장면과 버려진 철강회사에서 클레런스 갱단에 의하여 무자비하게 죽게되는 머피의 장면들중 잔인한 부분들이 잘려나갔습니다.

제작자인 존 데이비슨은 ED-209의 결함에 의한 사고장면이 오히려 우스울수도 있는 장면이었으나 편집에 의하여 오히려 더 잔인한 장면으로 되었다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저에겐 무삭제된 장면이 역시 더 잔인하더군요) 머피의 잔인한 죽음장면에 대한 감독의 변론은 하지만 설득력이 있습니다. 즉, 영화시작후 잠시동안 등장할 뿐인 머피의 복수가 설득력을 가지도록 하기위해선 그의 죽음을 지옥처럼 그림으로써 관객에게 그 장면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고, 머피를 십자가에 못박히듯 한쪽손과 팔을 총에 의하여 떨어져 나가게끔 연출하였다고 말입니다. 디렉터스컷은 머피의 죽음이 훨씬 더 잔인하게 연출되고 있으며 감독의 의도는 제가 극장서 이 영화를 보았을 때보다 더 제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손에 못이 아닌 총알이 박히며 죽었던 머피는 OCP에 의하여 무적의 몸으로 부활하게 됩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를 구원하기위해서 말입니다.

"'The sky above the port was the color of television, tuned to a dead channel."'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이버펑크 소설작가인 윌리엄 깁슨의 SF 3대상인 휴고, 네뷸라 및 필립 K 딕상 수상작 뉴로맨서(Neuromancer)의 최초 도입부분입니다.

깁슨이 그리고자 한 영상은 좌측그림과 같은 것이었을까요? 부활에 성공한 로보캅이 최초로 보게되는 영상은 텔레비젼의 공채널과 같은 지직거리는 회색빛 텔레비젼 영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창조주와 마주칩니다. (그것도 여러번 스위치 온/오프가 반복되면서 말입니다. 스위치 오프가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 인간과는 다른존재의 탄생입니다.)

자, 이 유치하게 들리는 제목을 가진 작품에서 로보캅을 어떤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일 것인가.

폴 감독은 로보캅을 바로 보여주기보단 천천히 보여주는 거리두기 방법을 선택합니다. 우선은 로보캅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봅니다. (로보캅의 모습을 모니터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곤 로보캅의 발자국소리와 함께 불투명유리를 통하여 그의 실루엣을 보여줍니다. 다음엔 그의 뒷모습. 마지막으로 그의 전면부를 보여주지만 여전히 그는 케이지속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여전히 케이지밖에서 그를 바라볼 수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등장한 로보캅의 모습에 관객들이 멋있다고 느꼈다면 감독의 의도는 성공한 것이고,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면 B급 무비로 전락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감독의 의도대로 느껴 주었습니다. (감독의 코맨터리중에서)

개인적으로 이 장면 때문에 로보캅은 인간이 아닌 기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로보캅은 비록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자유의지가 없습니다.

그것이 비록 타의에 의하여 주입된 프로그램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인간들의 행동양식자체가 교육에 의한 프로그램이 아니냐고 하신다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여기서 전 통상적인 전자기계적 의미에서의 프로그램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측그림에서 보이는 4번째 명령은 보안사항으로 내용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OCP의 중역을 체포하거나 해를 끼칠 수 없도록 딕 존스가 심어놓은 일종의 자신에 대한 보험성격의 프로그램입니다.

로보캅이 벽 건너편방에 있는 인질범과 그가 잡고있는 인질들을 열감지 시각으로 보고있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장면은 실제 열감지장치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알록달록한 색깔있는 옷을 입고서 촬영한 것이었네요.

딕 존스역의 로니 콕스는 다시한번 폴감독과 함께 토탈리콜서 화성의 통치자로 등장합니다.

그러고보면 감독은 한배우와 한편이상씩 작업하길 선호하는가 봅니다. 룻거 하우어가 그러했고, 로니 콕스, 샤론 스톤, 마이클 아이언사이드등이 폴감독과 두 번씩 만났었던게 생각나는군요.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깨어나는 로보캅. 클레런스 일당으로부터 처참하게 당한 장면을 꿈의 형태로 기억해낸 로보캅은 디트로이트 경찰서의 케이지를 박차고 나갑니다.

기계와 인간의 개념이 다시금 모호해지기 시작하는 장면이죠.

프로젝트 2501와 결합한 쿠나사기소령은 어떠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일까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선 '고스트'만 의체화 되지 않는다면 그 존재를 인간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고스트마저 해킹당한 존재는 또한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로보캅은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와 같은 현란한 비쥬얼을 보여주고 있진 않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심도깊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모니터를 통하여 자신의 죽음을 직면하게 되는 로보캅.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로보캅이 자신의 손에 장치된 도구를 이용하여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나 인형사가 네트를 검색하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읍니다.

각본자는 블레이드러너로부터 로보캅의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클레런스 악당중의 한명의 이름이 리온인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네요. (블레이드러너에서 최초씬에서 등장하던 레플리컨트의 이름은 리온이었죠.)

바로 이사람이 감독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통틀어 유일하게 카메오로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리온이 로보캅의 급소를 발로 찬뒤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은 바로 뒷 장면에서 잠시 등장하는 폴감독.

현란한 로보캅의 총솜씨. 이정도면 데스페라도의 마리아치와 비견될만한 솜씨가 아닌가 합니다.

ED-209와의 대결. ED-209가 없었다면 로보캅이 얼마나 밋밋한 영화가 되었을까요?

지옥의 묵시록의 어느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으신가요? ED-209의 양팔은 지옥이 묵시록에서도 등장한 Huey헬리콥터 (UH-1)의 머쉰건 디자인을 참조하였다고 합니다.

포악한 ED-209가 갑자기 귀여운 어린아이처럼 보여지는 장면입니다. ED-209의 움직임은 스탑모션 애니메이션방식으로 촬영되었습니다.

감독은 공룡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로보캅 촬영후, 디즈니와 공룡영화제작을 가지고 협의를 하였으나, 무산되었죠. 따라서 감독이 만든 공룡이 등장하는 영화는 로보캅이 유일한 영화입니다. 아직까진 말입니다.

루이스를 멀리하고 혼자있는 로보캅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입장에서 절대고독을 느끼고 있는 로보캅, 머피

ED-209와의 두 번째 조우는 로보캅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납니다..

'You are fired.' 회장의 말한마디에 명령 제4조는 삭제되고 로보캅은 총알을 발사합니다. 회장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로보캅의 이름을 묻습니다. 그리고 그는 로보캅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죠.

감독은 이후에 또다른 뉴스장면을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로보캅의 파트너인 루이스가 살았으며 그녀가 머피처럼 로보캅이 되지는 않을꺼란 것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앤딩장면이 삽입될 예정이었지만 이대로 영화를 끝내는 것이 더 나을꺼란 판단에서 그대로 두었고, 또 그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 화질/음질/서플먼트

최근에 '로보캅' DVD가 MGM사의 의하여 출시되었습니다. DD5.1채널사운드에 극장판과 마찬가지의 1.85:1의 화면비를 가지고서 말입니다.

감독의 승인하에 만들어졌다는 1.66:1의 화면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MGM사에서 출시된 DVD를 보지않아서 직접적인 비교는 할수없지만, 크라테리언 DVD중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나온 '로보캅'의 화질은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또한 오히려 영화 히트보다 더 많은 총격씬이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역시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같은 DD 2.0임에도 불구하고 로보캅 DVD이전에 발매되어 반젤리스의 음악들을 풍성한 사운드로 들려주었던 워너의 블레이드러너에 비하여 크라테리언사의 로보캅은 소리가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딱딱하단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ED-209의 출현장면들은 들어줄만 합니다. (그러나 역시 ED-209의 총격씬이나 미사일발사 사운드는 기대에 미치질 못합니다.)

하지만 크라테리언사는 화질 및 음질로도 정평이 나있지만 LD시절부터 더 유명한 것은 그들의 서플먼트였죠. 최근의 MGM사의 DVD조차도 서브타이틀이 지원된다는 것외에 (서브타이틀을 서플이라고 볼순 없지만) 별다른 서플이 없음을 감안할 때, 크라테리언사의 로보캅은 유일하게 서플들을 담고있는 DVD입니다. 비록 3월30일부로 라이센스계약이 만료되어 더 이상 프린팅 하고있지 않은 타이틀이지만, 아직까지 오프라인 샵에서조차 구하는데에 어려움이 없는 타이틀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온라인 샵에서조차 완전하게 절판이 될 타이틀입니다.

참고로 더 이상 크라테리언사에서 프린팅을 하고 있지 않는 DVD타이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 7인의 사무라이 (초판)
. 400번의 구타
. 첩혈쌍웅
. 첩혈속집
. This is Spinal Tap
. 양들의 침묵
. 살로
. 시드와 낸시
. 데드링어
. 로보캅
. 프라하의 봄

크라테리언 '로보캅'에는 감독의 코맨터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젠 더 이상 듣기 힘든 감독의 코맨터리가 아니게 되었지만 (최근에 출시된 폴 감독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 DVD들은 모두 감독의 코맨터리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출시될 당시만 하여도 유일하게 감독의 육성을 접할 수 있는 DVD였습니다. 한가지 더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감독의 코맨터리에도 챕터구분이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 챕터구분을 통해서 우린 감독이 자신의 작품중에서 유일하게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는 장면을 설명하고 있는 챕터로 손쉽게 찾아갈 수가 있습니다.

비록 풀 스토리보드는 아니지만, ED-209의 결함으로인한 사고장면을 실제장면과 함께 비교해 볼 수도 있으며, 촬영되지 않았던 두가지 장면들의 스토리보드를 엿볼 수도 있습니다. 터미네이터1의 음악을 사용하였던 로보캅 극장예고편과 티저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SF영화의 특수효과에 관한 저서로 유명한 폴 세먼이 씨네팩스잡지에 기고한 글을 280여쪽의 분량으로 몇몇 동영상과 함께 서플로 수록하고 있습니다.

▶ DVD사양
. 제 작 사 : 크라테리언 콜렉션
. 지역코드: All (0)
. 화면비율: 1.66: 1
. 사 운 드 : DD 2.0
. 상영시간: 103분 (감독판)
. 자 막: 없음
. 서플먼트:
- 폴 감독, 제작자 존 데이비슨, 작가 에드 뉴마이어 그리고 SF 특수촬영분석가 폴 세먼의 코맨터리
- 스토리보드
- 로보캅 특수촬영에 관한 텍스트 (280여 페이지분량)
- 극장예고편 및 티저 예고편

코맨터리에도 챕터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SF영화의 특수효과에 관한 저서로 유명한 폴 세먼이 씨네팩스잡지에 기고한 글 'Shooting Robocop'을 280여 페이지의 분량으로 담고있습니다.

ED-209의 첫등장장면의 실제영화장면과 스토리보드와의 비교, 그리고 실제촬영되지는 않았던 스토리보드 두가지. 묘지에서 자신의 비석을 보게되는 로보캅의 스토리보드가 인상적입니다.

로보캅뿐만 아니라 클리프행어, 천국보다 아름다운등에서 매트 페인팅을 맡았던 로코.

ED-209의 디자인을 맡았던 필 티페트.

ED-209의 여러 가지 디자인입니다. 폴 베호벤의 주문은 단한가지. 절대로 귀엽게 보여선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 나가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머피가 로보캅이 되는, 혹은 레플리컨트들이 만들어지는 근미래사회에서 인간과 안드로이드 혹은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것이 더 이상 중요한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인간의 신체와 인간의 고스트 (정신)가 인간을 구성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나,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전부는 아닙니다. 고스트는 있으되 그것이 해킹당한 인간은 프로그램된 기계와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레플리컨트나 로보캅과 같은 사이보그로부터 (심지어 HAL과 같은 컴퓨터에서조차) 동질감을 느끼고 이들의 고통과 죽음을 애석하게 느끼는 것은 이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 특히나 더 중요한 것은 정신이나 신체보다도 인간성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신이던지 기계던지, 우리와 같은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지 않을까요?

영화를 다시금 보다보면 터미네이터2와 닮은 장면들이 눈에 띕니다. 주유소가 폭발한뒤 화염속에서 악당을 향하여 총을 쏘는 로보캅은 화염에 휩싸인채 폭발한 트럭속에서 유유히 걸어나오는 T-1000을 연상시킵니다. 인간경찰들에 의하여 총맞게되는 장면역시 경찰들과 대치하여 수많은 총을 맞게되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 합니다.

비록 극장판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Special Edition에서 볼 수 있었던 거울을 쳐다보며 자신의 포트를 열게하고선 그속의 칩을 보게하는 터미네이터의 장면이 나사를 돌려 앞덮개를 열고서 자신의 투영된 모습을 쳐다보는 로보캅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또한 쇠꼬챙이로 터미네이터의 가슴을 꿰뚦었던 T-1000는 로보캅의 심장을 쇠로 꿰뚫고 있는 클레런스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나쁜 T-1000와 터미네이터와의 대결구도는 또한 OCP라는 같은 출생지를 공유하는 ED-209와 로보캅간의 관계와도 유사하다고 볼수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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