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3분기 매출과 손실규모 엇비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이닉스반도체(http://www.hynix.com)의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손실 규모가 엇비슷해질 정도로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하이닉스는 중국 등지에 반도체 설비를 팔아 최대 1조원을 마련하는 등의 자구방안을 내놓았다.

◇ 실적 악화=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분기의 절반 가량인(53% 감소) 5천5백20억원, 영업손실은 두배(99.6% 증가) 인 5천3백10억원에 달했다고 이 회사가 19일 발표했다.

당기순손실은 1조6천2백억원으로 전분기(1조5천5백억원) 보다 늘었다.

적잖은 분석기관들은 "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미국의 세계 2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의 3분기 매출 대비 영업적자 비율이 2백4%인 반면 하이닉스는 96%에 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채권 금융기관들은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하이닉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지난 8월 채권단에 제시한 자료를 보면 하이닉스의 올해 당기순손실 예상치가 약 4조원으로 돼 있는데 이미 3분기까지 손실 누적이 이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

한편 하이닉스의 3분기 제품 구성은 D램 매출비중이 전분기보다 10%포인트 줄어든 64%였고 S램과 플래시 메모리는 각각 5%, 2%였다. 시스템IC(비메모리) 매출 비중은 28%로 전분기보다 9%포인트 늘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3분기 반도체 매출은 6천2백10억원으로 전분기(8천4백90억원) 보다 줄었다. 지난달 말 현재 순차입금은 8조1천억원으로 전분기의 6조5천억원보다 늘었다.

◇ 자구방안=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대표는 이날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전화를 통한 회의를 주재해 "중국에 반도체 일부 라인을 파는 것을 포함해 반도체 부문에서 1조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朴사장은 "내년 상반기에 D램(64메가 기준) 값이 한개당 1달러대, 하반기엔 1.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시황이 이보다 다소 나빠지더라도 ▶채권단의 설비투자 신규지원 1조2천억원▶반도체 부문 자구노력 1조원▶유상증자 1조원 등으로 자금여력을 갖춰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매각하는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여러 곳과 (매각을 위한) 타당성을 검토 중이지만 매각 성사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朴사장은 "설비의 중국 매각은 산업자원부 승인이 필요한데 정부 실무자들은 그다지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메모리 부문이 취약한 대만 업체들과도 중국과 연계해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홍승일.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