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적, ‘삼백식품’과 인스턴트 간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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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호 18면

올해 발표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었다. 평균수명의 증가 속도가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평균수명과 함께 질병으로 고통받는 기간이 늘면 의미가 없다. 육체적·심리적으로 불편함 없이 활동하는 건강수명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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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사는 ‘웰-에이징(well-aging)’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필자를 찾아온 환자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테니스를 즐기는 40대 후반의 최모씨는 테니스를 즐기던 중 갑자기 가슴 통증으로 쓰러졌다. 심장 혈관이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다행히 응급수술을 받고 생명을 건졌지만 후유증으로 계속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최씨는 체력이 좋고 운동을 잘해 평소 ‘에너자이저’라는 소리를 듣던 건강맨이었다. 그런 최씨에게 심근경색이 찾아온 이유는 뭘까.

최씨는 빵·감자칩·초콜릿·음료수 등을 즐겨 먹어 복부 비만이 있었다. 이 때문에 운동은 열심히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녹슨 수도관처럼 막히는 동맥경화가 진행됐던 것이다. 결국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면서 심근경색이 발생했다.

잘못된 식습관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과거에는 영양결핍이나 영양불량이 문제였지만 요즘엔 영양과다가 건강 장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비만·당뇨병·고지혈증·지방간·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 등 수많은 질병이 고열량·고지방 식품의 과잉 섭취로 인해 나타난다.

특히 주범은 흰쌀, 흰 밀가루, 흰 설탕 등 ‘삼백(三白)식품’이다. 볍씨에서 왕겨를 벗겨내 도정한 쌀을 백미라고 한다. 여러 번 도정을 거치는 동안 현미피와 쌀눈이 없어진 것이다. 현미피와 쌀눈은 비타민·무기질·단백질·필수지방산·섬유질 등 영양소의 보고다. 하지만 흰쌀에는 이런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고 열량만 높아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겐 피해야 할 요소다. 밀가루도 밀의 가공 과정에서 배아 부분이 사라져 탄수화물의 함량만 잔뜩 높아진다. 반면 비타민과 무기질 함유량은 매우 적다. 밀가루는 혈당을 빨리 올리기 때문에 비만과 당뇨병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 설탕도 단순당이어서 과량 섭취 시 비만과 당뇨병을 부추긴다. 이 세 가지 ‘삼백식품’은 열량이 높고 혈당을 빨리 올리는 반면 필수 영양소는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백식품’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열량이 높고 영양적으로 불균형하기 쉬운 외식을 줄이는 게 현명하다. 또 고탄수화물 식사를 피한다. 이를 위해 흰쌀밥 대신 현미나 각종 잡곡을 넣은 잡곡밥을 먹기를 권한다.

설탕 섭취를 제한하고 음식에 단맛을 내야 할 땐 설탕 대신 단맛이 나는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게 좋다. 간식은 과자·인스턴트식품·청량음료 대신 과일·견과류·채소 등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뇌혈관 질환과 심장혈관 질환 같은 동맥경화성 질환은 한국인 사망 원인 2~3위를 다툰다. 건강수명을 줄이는 주범이다. 최근 두 질환의 발생이 급증하는 것은 잘못된 식습관과 관련이 깊다. 건강 100세를 위해 섭취를 확 줄여야 할 삼백식품, 꼭 기억하자.



강재헌(47)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비만·건강증진센터 소장. 식약청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심의위원 등 역임. 저서로는 『마지막 다이어트』 『소리 없이 아이를 망치는 질병-소아비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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