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테러방지 연대' 효과 거둘지는 미지수

중앙일보

입력

18일의 상하이(上海)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특별 외무장관 회담은 미국 테러사건 후 '느슨한 형태'의 지역기구가 처음으로 테러 근절대책을 논의한 자리였다.

지난달 유엔에서 총회 의장국인 한국 주도로 테러 비난결의안을 냈지만, 테러 근절방안 합의는 엄두도 못냈다. 이슬람권 국가와 비동맹주의 표방 국가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APEC이 행동지침 제정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세관 당국간 협조, 테러리스트의 돈줄 봉쇄를 위한 돈세탁 방지 등 10여개의 테러 근절책에 의견을 모은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테러 근절문제와 관련, 서방 선진 7개국(G7)이 테러자금 지원 금지에 합의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물류(物流)안전대책을 결의했지만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방안마련은 APEC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논의결과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 주도의 반테러 국제연대에 힘을 실어주는 선언적 성격이 강한 데다 공동대책기구 구성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경제회의체인 APEC이 정치색을 띤데 대한 반감도 변수다.

의장국 중국은 반(反)테러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APEC은 경제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도 "정치문제(테러대책)가 역내 경제문제를 압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도 "테러 반대와 비난에는 이견이 없지만 테러전을 조기에 끝내고, 민간인 살상을 막아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회담에서 유엔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은 이같은 움직임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의 군사조치는 유엔의 결의에 따른 것"이라며 "탈레반 정권 붕괴 후의 아프가니스탄 연립정부 구성에 유엔이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선 경제문제 만큼이나 정치적 이해가 엇갈렸다"고 지적했다. APEC은 테러사건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음에 틀림없다.

상하이=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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