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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려도 두 명 중 한 명은 10년 넘게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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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처음엔 당연히 죽는 줄 알았다. 2003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이순우(60·여)씨 얘기다. 당시 암 선고는 ‘죽음 선고’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해 가재도구와 통장을 정리했다. 치료가 시작됐다. 국립암센터를 찾아 오른쪽 가슴 부분절제수술을 받고, 종양이 남아 2차 수술까지 받았다. 8개월간 항암제만 8번, 방사선 치료는 34번이나 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그때부터 텃밭에 채소를 길러 먹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7~8㎞를 걸었다.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웃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았다. 이씨는 “암 진단을 받기 전보다 훨씬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절망이었던 암이 지금은 축복이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암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10년 이상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을 많이 하면서 갑상샘암 환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01~2005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10년 생존율(가능성 포함)은 4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암통계에서 10년 생존율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6~2000년 진단받은 환자의 10년 생존율(40.6%)과 비교해 8.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생존율이 99% 이상인 갑상샘암을 제외하고도 45.9%에 달한다. 보통 암 환자 완치의 기준으로 여기는 5년 생존율도 훌쩍 늘었다. 2006년부터 최근 5년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4.1%(갑상샘암 제외 시 57.9%)로 집계됐다. 2001~2005년 환자의 5년 생존율(53.7%)과 비교해 10.4%포인트 향상됐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을 조기에 찾아내 치료를 받고 잘 관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암 경험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이 나이가 들어 재발하지 않도록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암이 완치된 경험자 수는 지난해 기준 1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 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남성(평균 수명 77세)은 5명 중 2명, 여성(84세)은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 2010년 신규 암환자 수는 20만2053명으로 집계됐다. 갑상샘암이 17.8%(3만6021명)로 가장 많았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원인인 위(14.9%)와 대장암(12.8%)이 그 뒤를 이었다.

 갑상샘암은 건강검진을 받는 인구가 늘고, 검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2000년대 들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남성은 2009년 대비 증가한 암환자(2928명)의 35.2%, 여성(4766명)은 56.7%를 차지했을 정도다. 장항석 강남세브란스 갑상선암센터장은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은 5㎜ 미만의 갑상샘 결절(종양)은 세포검사(주삿바늘로 뽑아 정밀검사)도 하지 말자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손재주가 좋아 작은 사이즈의 종양도 잘 잡아내 진단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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